[손에 잡히는 책] 침·뜸·약초로 맞선 종기치료 역사…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

입력 2012-07-26 17:54


조선, 종기와 사투를 벌이다/방성혜(시대의창·1만5000원)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조선의 역대 임금 27명 가운데 12명이 종기를 앓았다. 문종과 성종, 정조는 종기 때문에 갑작스레 죽음을 맞았고 이로 인해 역사의 물길이 요동쳤다. 조선의 의료역사는 종기와 맞선 처절한 싸움이었다. 조선시대 외과의라 할 수 있는 치종의(治腫醫)들은 피침과 뜸, 갖가지 약초를 무기로 치열하게 싸웠으나 때로는 승리했고 때로는 패배했다.

“종기 자리가 곪아 터지므로 달포나 지나도록 수라는 들기 싫던 끝에…”라거나 “수라를 싫어하고 꺼림이 올여름과 같은 적이 없었으며, 어제와 오늘은 겸하여 메스꺼움과 설사의 증후가 있어 침수도 편안하지 못하다” 등은 숙종의 종기에 관한 기록이다. 그만큼 종기를 다스리는 전문의들이 우대를 받았다.

노비 출신의 김순몽, 시장통 비렁뱅이 소년이었던 백광현, 마부 출신의 이동 등은 비록 천민이었지만 종기를 다스리는 독창적인 의술을 바탕으로 궁궐에 입성한 입지전적 인물이었다. 왕실의 종기 스캔들 앞에서 역대 왕들은 치종의들을 당상관 자리에 앉히기도 했다. 저자 역시 현직 한의사다. 서울대 영문학과 출신이지만 다시 수능을 치르고 들어간 경희대 한의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고 한의학사 연구를 계속하고 있다.

정철훈 문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