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자금으로 본 美대선… 큰손 기부자 70% ‘공화당 편애’
입력 2012-07-25 21:48
미국의 대통령 선거에는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된다. 브라운관과 온라인을 넘나들며 엄청난 물량의 광고를 쏟아내며 11월 6일 투표일까지 후보들 간의 돈쓰기 경쟁이 전개된다.
특히 캠프에 소속되지 않고 무제한으로 자금 지원을 할 수 있는 외곽조직인 슈퍼팩(SuperPAC·독자적 정치행동위원회)이 큰 변수다. 2010년 1월 미 연방대법원이 특정 후보와 직접 연계되지 않을 경우 제한 없이 기업과 노조로부터 모금활동을 할 수 있다고 판결하면서 슈퍼팩은 선거캠프의 실탄창고 역할을 해왔다.
슈퍼팩은 선거 때마다 거액을 지원하는 슈퍼부자들의 주요 활동무대이기 때문에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유리하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금융위기를 거치며 월가와는 사이가 나빠졌다.
실제로 워싱턴포스트(WP)가 25일(현지시간) 슈퍼팩에 100만 달러(약11억원) 이상을 기부한 개인과 가족을 분석해 보니, 4명 중 3명꼴로 공화당 지지자였다.
이들 백만장자들이 지난해부터 올해 6월까지 슈퍼팩에 기부한 금액은 1억3000만 달러로 전체 슈퍼팩 모금액의 약 40%를 차지한다. 이 가운데 1억1100만 달러가 공화당으로 쏠렸다. 100만 달러 이상을 기부한 43명(가족 포함) 가운데 12명을 제외하면 모두 공화당 지지자들이다. 기부액 상위 13명 가운데 민주당 지지자는 단 2명에 불과했다.
기부액 1위는 카지노 재벌 셸던 아델슨으로 가족의 기부액까지 합하면 총 3625만 달러다. 그는 롬니 캠프에 1000만 달러를 기부했으며 공화당 경선 때는 뉴트 깅그리치 캠프에 2150만 달러를 지원했다.
큰손들의 쏠림현상 덕분에 롬니 진영은 자신만만하다. WP는 롬니 캠프가 슈퍼부자들의 도움으로 부유해진 덕분에 초반 광고 전쟁에서 짐을 덜고 있다고 분석했다. 오바마 캠프는 지난달 4500만 달러를 모금해 3300만 달러를 모금한 롬니 캠프에 앞섰지만 전체모금액에서는 롬니 진영의 1억600만 달러보다 3500만 달러나 모자랐다.
대선자금 모금 경쟁에서 두 달 연속 밋 롬니 공화당 후보에게 뒤지자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모금전략에도 변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24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시카고의 억만장자 페니 프리츠커(52)가 이날 오바마 대통령과 함께 대통령 전용기 에어포스원에 탑승,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부터 오리콘주 포틀랜드까지 이동했다. 프리츠커는 호텔체인 하얏트 창업주의 손녀이자 포브스가 선정한 미국의 부호 가운데 한 명으로 백악관 ‘일자리위원회’에 소속되어 있다.
백악관 대변인 제이 카니는 “단지 프리츠커가 인근지역에 있었기 때문에 동승하게 된 것”이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2008년 대선 때부터 소액 기부자들의 도움에 크게 의존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변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줬다는 분석이다. 오바마 대통령이 취임 후 금융업계를 비판하고 고소득자의 세금을 늘리겠다고 주장하면서 백악관과 부유계층의 관계는 냉랭해졌다.
프리츠커는 2008년 오바마 대선 캠프에서 재정 총책임을 맡았으며 7억4500만 달러(약 8560억원)에 이르는 선거자금을 모금했다. 올해 재선 캠페인에는 아직 모금에 소극적이다. 프리츠커가 오바마와 거리를 두는 데 대해 구구한 해석이 나왔었다.
미국 언론은 “프리츠커가 오바마 재선 캠페인에 합류할 의사를 갖고 있거나 적어도 오바마 재선본부 측이 프리츠커를 컴백시키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정치 전문 폴리티코는 프리츠커가 오바마에게 기부하기로 결정한다면 다른 백만장자들도 이를 따를 것이라고 분석한 바 있다.
블룸버그통신은 25일 오바마 진영에도 억만장자 지지자들이 거액을 기부하기 시작했다고 보도했다. 통신업체 퀄컴의 설립자인 어윈 제이콥스 전 회장은 지난달 200만 달러를 오바마 지지 슈퍼팩인 ‘미국의 최우선 행동(Priorities USA Action)’에 쾌척했고 할리우드 배우인 모건 프리먼도 같은 단체에 100만 달러를 기부했다. 오바마 진영의 슈퍼팩은 지난달 600만 달러를 모금해 월간 최고치를 기록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백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