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크 나이트’ 참사… 절망·희망 함께 준 인터넷
입력 2012-07-25 21:45
미국 콜로라도주의 영화관 총기 난사 사건에서 인터넷은 절망도 주었고 희망도 주었다.
과학기술전문지 와이어드는 용의자 제임스 홈스(24)가 3000발의 권총 탄약, 3000발의 소총 탄약, 350세트의 산탄총용 탄약 등 모두 3000달러(약 345만원)어치의 무기를 안전용품 전문 인터넷쇼핑몰에서 사들였다고 24일(현지시간) 전했다. 이달 초 블랙호크 방탄조끼와 칼, 탄창을 인터넷에서 주문했을 때도 홈스의 아파트까지 이틀 만에 배달됐다.
74㎡(약22평) 크기의 아파트에는 수제 폭탄 30개, 38ℓ의 휘발유, 부비트랩, 대형 액화석유가스(LPG)통 등이 가득했다. 부비트랩 설치법은 인터넷 검색으로 손쉽게 찾을 수 있었다. 연방수사국(FBI) 폭발물 전문 수사관 출신 레이 로페스씨는 “건물 한 채를 날려버리기에 충분한 분량의 폭탄”이라며 “이라크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전쟁터에서나 볼 수 있는 이런 규모의 무기창고는 미국에서는 처음 본다”고 혀를 내둘렀다.
홈스가 이런 무기를 사들이는 동안 FBI나 중앙정보부(CIA)는 아무 것도 알 수 없었다. 총기소유자보호법 때문에 연방정부는 총기 구매자나 소유자 명단을 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연방 테러대응센터 전직 요원이었던 애키 퍼리츠씨는 와이어드에 “정부는 대용량 폭탄에 쓰일 수 있는 화학 비료의 구매자 명단 자료는 있어도, 무기 구매자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사건 현장에서 머리에 총상을 입은 칼렙 메들리(21·사진)를 돕자는 운동이 벌어지고 있는 곳도 인터넷이다. 칼렙은 19일 밤 사건으로 한쪽 눈을 잃고 뇌기능도 손상돼 입원 상태다. 동갑내기 부인이 24일 아들을 낳았다. 대형할인점 직원인 그는 의료보험 미가입자다. 자신의 치료비와 아들 출산비용까지 수만달러의 병원비를 감당할 수 없는 상황이다.
부부는 고교동창이다. 남편은 월마트 직원이고 부인은 동물병원 간호사가 되기 위해 공부하는 중이었다. 칼렙은 코미디언의 꿈을 이루기 위해 틈틈이 클럽에서 만담 공연을 해왔다. 사건 전날에도 코미디 경연대회에 합격했다. 그는 합격을 축하하기 위해 아내와 ‘다크나이트 라이즈’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찾았다가 변을 당했다.
부부의 사연이 알려지자 이들을 위한 사이트(calebmedley.com)가 개설돼 트위터, 페이스북, 구글플러스 등을 통해 모금이 이뤄지고 있다. 영화제작사인 워너브라더스도 상당액을 기부했다고 밝혔다.
김지방 기자 fatty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