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잦은 美 F-22 전투기 원인은 고압조끼 밸브 결함”… “조종사 호흡곤란 유발” 결론

입력 2012-07-25 19:45

3000억원짜리 세계 최강의 전투기를 몰던 조종사들을 저산소증에 빠뜨린 것은 그들이 착용하는 고압조끼의 밸브였다.

미국 국방부 조지 리틀 대변인은 24일(현지시간) 정례브리핑에서 최신예 전투기 F-22 랩터(Raptor) 조종사들이 고공에서 어지럼증이나 의식불명에 이르게 된 일련의 사건을 약 3개월간 정밀 조사한 결과, 비행기 자체가 아니라 조종사가 입는 조끼의 밸브 결함이 원인으로 드러났다고 밝혔다.

이 밸브는 고압조끼에 공기를 공급해 부풀어 오르게 한 뒤 어떤 조건에서는 수축하도록 돼 있다. 조끼는 하중을 줄이기 위해 조종복 위에 입는 장비다. 설계와 달리 고압조끼가 부푼 채로 있어 조종사들이 숨을 쉬지 못했다는 것이다.

미 국방부는 문제가 해결됨에 따라 지난 5월 이후 내려졌던 F-22의 비행제한 조치를 해제했다. 리틀 대변인은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이 이 전투기의 성능을 확신한다는 의미로 F-22 편대의 일본 오키나와(沖繩)현 가데나(嘉手納) 기지 배치를 인가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투기는 고도 제한을 적용받아 일본으로 비행한 뒤 기지에서는 장기 비행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F-22가 미 공군에 배치된 2005년 이후 조종사의 저산소증과 관련된 사고는 23건에 이른다. 고공에서 호흡곤란으로 2010년 11월에는 알래스카 상공에서 조종사 제프리 헤이니 대위가 사망하기도 했다. 일본에는 2007년 처음 배치됐다.

F-22 랩터는 현존하는 세계 최강의 스텔스 전투기로 꼽힌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는 한국, 일본을 비롯한 우방에도 F-22 랩터의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워싱턴=배병우 특파원 bwb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