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주민초본 몰래 보고… 택배번호로 주소 캐내… 개인정보 마구 빼내 ‘4억대 장사’

입력 2012-07-25 19:28


주민등록번호 등 개인정보를 유출한 심부름센터 업자와 돈을 받고 개인정보를 넘긴 공무원, 통신사 직원, 보험설계사 등 31명이 경찰에 무더기로 붙잡혔다.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는 25일 주민등록번호, 통신사 가입 정보 등 개인정보 수천 건을 유출해 매매한 혐의(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심부름센터 업자 홍모(36)씨와 고모(36)씨 등 7명을 구속했다.

홍씨 등은 2010년 3월부터 지난해 11월까지 유가증권 위조, 콜센터 위장취업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주민등록번호 약 400건을 비롯해 주소·전화번호·차량정보 등 개인정보를 알아낸 뒤 의뢰자나 다른 심부름센터에 팔아 4억2000여만원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특히 50만원 이상의 채권·채무관계가 있을 경우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악용, 유가증권을 위조해 주민등록초본을 발급받기도 했다.

홍씨 등은 이외에도 국내 3대 통신사 콜센터와 대리점 직원, 보험설계사 등에게 건당 3만∼5만원을 주고 전화번호와 주소, 차량정보 등을 제공받기도 했다. 또 다른 심부름센터 직원을 매수하거나 통신사 콜센터에 직접 위장취업해 얻은 정보를 사건 의뢰인이나 다른 심부름센터에 건당 8만∼35만원을 받고 판매했다. 또 다른 심부름센터 업자 고모(36)씨는 남의 주민등록번호로 공공기관이나 홈쇼핑 웹사이트에 가입해 주소와 차량정보 등을 취득하고, 택배 송장번호를 조회해 개인주소를 알아내기도 했다.

공무원들도 개인정보 유출에 가세했다. 지방의 한 구청 민원실에 근무하는 5급 공무원 정모씨는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3월까지 심부름센터 업자인 친동생의 부탁을 받고 시·군·구 주민등록시스템에 접속해 주민등록등본과 초본, 가족관계증명서 내용 16건을 유출했다. 주민자치센터에 근무하는 지방직 7급 정모씨도 사채 빚을 탕감 받는 조건으로 올해 2월부터 5월까지 주민등록등본 가족관계증명서 등 약 80건의 개인정보를 빼돌려 심부름센터 직원에게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유출된 개인정보는 불법채권추심이나 전화금융사기 등 제2, 제3의 범행 도구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개인정보를 요청하는 행위도 위법이므로 이 사건 의뢰자들에 대해서도 수사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경찰은 또 개인정보가 유출된 관공서와 통신사 등의 개인정보 관리 보완 및 행정조치를 위해 행정안전부와 방송통신위원회 등에 통보할 예정이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