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인수전 불참 배경·전망… 정치권 역풍에 포기, 우리금융 민영화 차기 정부로?
입력 2012-07-25 22:10
12년간 표류해온 우리금융 민영화가 또다시 실패할 위기에 처했다. 유력한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던 KB금융그룹은 정치적 논란을 우려한 끝에 25일 전격 입찰 불참을 선언했다. 몇몇 사모펀드들이 여전히 인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지만 론스타에 데인 금융당국이 또다시 사모펀드를 대형 금융지주사의 새 주인으로 낙점할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메가뱅크(초대형 은행)’론의 지지자인 어윤대 KB금융 회장은 그동안 여러 차례 우리금융 인수 의사를 밝혀왔다. 3차 매각 작업이 시작되자 KB금융은 적극적으로 인수 가능성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일단 우리금융 주가가 하락하면서 인수가격이 낮아진 점은 매력적이었다. 인수 이후 리테일(소매) 부문은 KDB산은금융에 매각하는 방안이 고려되는 등 구체적인 인수 계획이 짜여지기 시작했다. ING생명 한국법인과 우리금융 인수에 동시에 성공할 경우 국민은행에 의존했던 지주 수익구조를 한번에, 통째로 바꿀 수 있는 기회였다.
KB금융 고위 관계자는 “중복되는 소매금융 부문만 잘 정리된다면 KB금융과 우리금융의 합병은 막대한 시너지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면서 “만약 경쟁회사에 우리금융이 넘어갈 경우 국내 금융업계에서의 지위가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도 설득력을 얻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치권에서 반대 역풍이 불어들면서 분위기는 급반전됐다. 이번이 아니더라도 새 정권이 들어선 이후 다시 인수를 추진하는 게 좋겠다는 의견이 지주 내부에서 힘을 얻기 시작했다. 어 회장을 비롯해 인수에 찬성하는 임원들은 이사회에 기대를 걸기도 했지만 이날 열린 이사회 간담회는 인수 불참을 확인하는 요식행위에 그치고 말았다.
이에 따라 우리금융 민영화는 다시 안개 속으로 빠져들었다. 일단 사모펀드(PEF) 간 대결구도로 좁혀질 것으로 보이지만 전망은 밝지 않다. 유력한 후보였던 티스톤파트너스는 일찌감치 입찰을 포기했다. 지난해 입찰에 참여했던 MBK파트너스와 새로운 후보로 떠오른 IMM 등 국내외 PEF는 아직까지 입찰 참여 여부를 저울질 하고 있다. 정부는 PEF라도 매각이 가능하다는 입장이지만 금융업계가 아직까지 론스타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황이 부담이다.
동양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KB금융이 들어와도 유효경쟁(복수입찰)이 될 수 있을지 불투명했는데, KB금융이 불참하면 사실상 무산됐다고 봐야 한다”고 전망했다. 결국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현 정부 내 매각 원칙을 세우고 3차례나 시도했던 우리금융 민영화는 차기 정권의 몫으로 넘어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강준구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