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 런던올림픽 D-1] 남북관계 만큼 싸늘한 남북 선수들… 서로 마주쳐도 가벼운 인사만

입력 2012-07-26 00:45

최근의 남북 관계를 반영하듯 런던 올림픽에 출전한 남북한 선수들 사이에서도 서먹한 장면이 연출되고 있다. 북한 선수단은 훈련장에서 대표팀을 마주칠 때마다 냉랭한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사격 대표팀은 훈련장인 왕립 포병대 사격장을 찾을 때마다 북한 선수들을 자주 마주친다. 북한 선수들과는 평소 ‘형, 동생’으로 부를 만큼 가까운 사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대화를 주고받지 않고 있다. 최근 북한 사격팀의 경기력이 크게 저하돼 선수단이 대폭 줄었고 감독마저 교체됐기 때문이다. 역도 대표팀도 지난 21일 북한 선수들과 훈련 일정이 맞아 바로 옆 플랫폼에서 훈련했지만 가벼운 인사말만 건넸을 뿐 별다른 대화는 하지 않았다. 양궁도 마찬가지다. 북한 대표 권은실은 그동안 국제대회에 자주 나와 낯이 익은 편이지만 이번 대회에선 한국 선수들과 특별한 교류를 하지 않고 있다. 양궁 대표팀 관계자는 “권은실은 70분 정도나 떨어진 선수촌에서 양궁장을 오가기 때문에 늘 지쳐보이더라”고 전했다.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단일팀을 꾸리기도 했던 탁구팀도 예외는 아니다. 탁구 연습장에선 북한 선수단이 취재하던 한국 기자단을 향해 거친 반응을 보이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때와는 확연히 대비되는 모습이다. 당시 남북한 선수들은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개인적인 이야기도 주고받곤 했다. 그러나 2008년 베이징 올림픽에서부터 서먹한 분위기가 시작됐다. 당시 논의되던 남북 단일팀 구성 방안이 무산되고 개회식 공동입장마저 없던 일이 되면서 남북한 선수들의 관계가 경색된 것이다. 한 대표팀 관계자는 “코칭스태프부터 선수들까지 의식적으로 우리와 거리를 두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며 “확실히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라고 전했다.

이용상 기자 sotong20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