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과학과 만나다] ‘탕…’ 마음속 부담감부터 쏴라… 한국 첫 금 도전 사격 2년간 심리훈련

입력 2012-07-25 22:22


총을 쏘는 사격에도 과학은 있다. 사격은 고도의 집중력과 자신감이 요구되는 종목이다. 사격 국가대표팀은 과학적인 접근 방법으로 이번 런던 올림픽에서도 한국의 첫 금빛 총성을 울릴 태세다. 25일 국민일보 자문위원인 김병현 체육과학연구원 연구위원을 통해 이번 대회를 위해 사격 선수들이 실시한 과학적 훈련 방법을 알아본다.

대표팀 선수들의 과학적 훈련은 체육과학연구원과 함께 2년에 걸쳐 이뤄졌다. 지난해에는 먼저 ‘표상 훈련’을 5개월가량 실시했다. 표상 훈련이란 실제 운동은 하지 않고 머릿속에서 동작을 그려 보면서 진행하는 것이다. 김 연구위원은 표상 훈련으로 얻을 수 있는 것에 대해 “사격 기술을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며 “사격 선수들은 자신의 사격 행위에 대한 뚜렷하고 명확한 표상화를 구축해야만 시합 시에 반사적인 사격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선수들이 자신의 기술수행에 대한 명확한 표상화가 구축되지 않으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기술에 대한 신뢰 부족으로 자신감을 잃게 된다고 한다.

대표팀은 동시에 ‘반사적 슈팅 훈련’을 실시했다. 망설이지 않고 본능적으로 방아쇠를 당기는 것이다. 방법은 무조건 빠르게 총을 쏘는 것이다. 몸에서 반응하는 그대로 망설이지 않고 본능적으로 슈팅해야만 실전에서도 잡념을 이기고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고 한다.

올해 심혈을 기울인 것은 ‘우뇌 활성화 훈련’이다. 다른 말로 하면 집중력 훈련이다. 좌뇌는 분석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불안감을 높이는 반면 감각적이고 통합적인 우뇌는 사람의 마음을 차분하게 만들고 집중력을 높여준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방법은 명상과 비슷하다. 연습장에 들어가기 30분 전에 자신이 원하는 문구를 지속적으로 반복해 생각하는 방식이다. 김 연구위원은 “집중력이 높아지면 마음이 안정이 되면서 모든 상황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평정심을 유지하게 된다”고 말했다.

대표팀은 또 심리 상담도 병행하고 있다. 김 연구위원은 지난 18일 한국 사격의 간판 진종오(KT)와 심리 상담을 진행했다. 당시 진종오는 “런던에서 가장 어려운 게 국민들의 기대가 너무 크다. 그게 불안하다”고 토로했다고 한다. 이에 김 연구위원은 “8명이 결승선에 올라가고 세계 랭킹 4위면 금메달을 딸 확률이 25% 밖에 안된다. 두 종목에 출전하니 확률은 50%”라고 긴장을 풀어줬다고 전했다. 김 연구위원은 “27일 런던으로 가면 선수들의 불안을 없애고, 실전에서도 실수를 인정하고 차분한 마음을 갖게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과학적인 훈련으로 28일 오후 11시15분(한국시간) 남자 10m 공기권총 결승에서 진종오의 한국 첫 금빛 총성이 울릴지 주목된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