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년 1032번의 절규 & 한국교회의 화답 ˝60여 위안부 할머니 영혼의 쉼터 ‘우리집’으로 초대합니다˝

입력 2012-07-25 21:28


한국교회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가 함께하는 제1032차 ‘일본군 위안부 문제해결을 위한 정기 수요시위’가 25일 정오 서울 중학동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렸다. 한국교회희망봉사단(희망봉사단)은 집회에서 명성교회(김삼환 목사)와 함께 위안부 할머니들을 위해 마련한 쉼터 ‘우리집’의 준비상황에 대해 보고했다.

메시지를 전한 김삼환 목사는 “21년 전 할머니들이 용기를 내어 일본대사관 앞에서 작은 외침을 시작한 것이 전 세계에 엄청난 울림과 감동을 줬다”며 “1032번의 외침은 진실이 알려지고 왜곡된 역사가 정의로 바로 잡히길 바라는 할머니들의 간절한 소망이었다”고 전했다. 김 목사는 이어 “할머니들의 단단한 마음과 용기로 인해 세상이 조금 더 정의로워질 수 있었고 생존자가 60여명밖에 남지 않은 지금, 이제는 우리가 이 외침을 맡아 함께 외쳐야 할 때”라며 ‘일본은 사죄하라’는 구호를 선창했다.

연대발언에 나선 재일대한기독교회 총간사 홍성완 목사는 결의문에서 일본정부가 조속한 입법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것과 일본 정부의 사죄와 배상, 역사교과서에 관련 내용을 기술할 것 등을 요구했다. 홍 목사는 “일본 시민사회가 위안부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된 발단은 일본기독교협의회 여성위원회 등 기독교 여성들의 움직임이었다”며 “기독교인으로서 위안부 문제는 단순히 과거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새롭게 자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기독교역사연구소장 이덕주 교수는 참석한 청소년들에게 “잊을 것은 잊되,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절대 잊지 않는 청소년이 돼라”고 권면했다.

이날 집회에는 정대협 관계자와 교계 인사, 학생과 취재진 등 300여명이 참석했다. 21년간 수요시위에 참석해 온 김복동(86) 할머니는 미국 하원 행사로, 이순덕(95) 길원옥(84) 할머니는 건강상 이유로 집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할머니들의 빈자리는 방학을 맞아 인솔교사와 함께 참석한 200여명의 중·고교 학생들이 채웠다. 이날은 서울의 낮기온이 31.5도까지 오른 데다 포장도로의 열기까지 겹쳐 서 있는 것조차 힘들었다. 하지만 인도를 가득 메운 학생들은 불평 한마디 없이 75분간 자리를 지켰다. 집회에 참석한 인사들도 저마다 어린 학생들에게 칭찬과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명지고 3학년 반크동아리 소속 최유나(17)양은 “언론을 통해서만 접하던 수요시위에 직접 참석해 보니 마음이 더 쓰라렸다”며 “일본이 빨리 사죄해 할머니들의 존엄과 인권이 회복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백석고 3학년 이현선(17)양도 “할머니들이 편히 지내실 수 있는 쉼터가 생겨 정말 다행”이라며 “꼭 뵙고 싶었는데 오늘 뵙지 못해 못내 아쉽다”며 다음 집회에도 참석하겠다고 다짐했다.

희망봉사단과 명성교회가 16억원을 들여 구입해 정대협에 무상 임대키로 한 쉼터 ‘우리집’은 서울 연남동에 대지 313.5㎡에 지하 1층 지상 2층 규모로 세워졌다. 현재 할머니들의 이동을 위한 엘리베이터 설치 작업이 진행 중이며 이르면 오는 11월 입주할 예정이다. 쉼터에서는 이순덕·김복동·길원옥 할머니와 지방에서 입주를 희망하는 할머니 한두 분이 함께 생활하게 된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