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과서 11곳에 ‘안철수’… 교육중립성 논쟁 거셀듯
입력 2012-07-25 21:43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이 대담집 ‘안철수의 생각’ 출간과 SBS TV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 출연을 통해 대선 출마 의지를 내보이면서 안 원장 관련 내용을 다루고 있는 교과서들에 대한 중립성 논란이 일고 있다.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이 시인 출신인 민주통합당 도종환 의원의 문학작품을 삭제토록 권고하면서 빚어졌던 교과서 논쟁의 ‘2라운드’이지만 안 원장이 유력 대권후보로 평가되는 만큼 논쟁은 한층 거셀 전망이다.
25일 교육과학기술부와 한국교육과정평가원에 따르면 안 원장 관련 내용이 수록된 교과서는 모두 11곳이다. 초등학교 도덕교과서 1곳, 중학교 국어교과서 등 6곳, 고등학교 국어·기술가정 등 4곳이다. 해당 교과서들은 2010∼2011년 개정판부터 안 원장의 수필 ‘내 삶의 가치’를 소개하거나 ‘시골의사’로 알려진 박경철씨와의 인터뷰 내용을 담고 있다.
안 원장 부분을 교과서에서 삭제하자는 쪽은 안 원장과 도 의원의 사례는 다르다는 입장이다. 새누리당 김영우 대변인은 “시나 소설 등 문학인의 작품이라면 몰라도 대권 주자로 거론되는 현존인물의 저작 내용을 교과서에 싣는다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며 “그 사람이 향후 인생을 어떻게 살지 모르는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도 의원의 시 ‘담쟁이’ 등은 순수문학으로 저자가 정치인으로 신분이 바뀌어도 중립성에 문제가 없지만 안 원장의 경우 인물 소개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어 특정인을 선전하게 된다는 주장이다.
논란이 된 초등학교 3학년 도덕교과서에는 ‘나는 의사이면서 우리나라에서 꼭 필요한 컴퓨터 바이러스 치료 백신을 개발한 사람입니다. (중략) 항상 겸손하게 행동하고 다른 사람을 존중했습니다. 책을 즐겨 읽었습니다’라며 안 원장을 치켜세운 대목이 있다.
교과부 관계자는 “해당 교과서 검정 당시 (안 원장 관련) 내용은 중립성에 문제가 없는 것으로 결론이 났다”면서 “문제는 저자가 정치인이 됐다는 것인데 이는 도 의원의 전례를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므로 여론을 수렴하고 전문가들의 연구용역 등을 통해 세부기준을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도 의원 작품의 경우 ‘교과서에 게재하는 것만으로 공직선거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유권해석에 따라 평가원이 삭제 권고를 철회했다. 교과부가 당장 안 원장 관련 내용을 손댈 계획이 없는 데다 정책연구 용역이 통상 1년 정도가 소요되는 만큼 결론은 대선 이후로 미뤄질 가능성이 높다. 다만 오는 8월 31일 평가원이 2009년 개정 교육과정에 따른 교과서 검정결과를 발표할 예정이어서 검정결과 안 원장 내용이 빠지든 안 빠지든 정치적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안 원장 측 유민영 전 청와대 춘추관장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아직 삭제 여부가 결정된 것이 아니어서 앞으로 사안이 어떻게 진행될지 좀더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이도경 손병호 기자 yid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