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이번엔 제대로

입력 2012-07-25 18:50

우라늄 농축 , 사용 후 연료 재처리 허용돼야

미국이 한국의 우라늄 농축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재확인했다. 게리 세이모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량살상무기 조정관은 “한국이 미국이나 프랑스 러시아 등에서 농축우라늄을 살 수 있다”며 “핵발전소 연료용 저농축 우라늄에 접근하는 데 한국은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이 2014년 만료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앞두고 핵발전소의 연료를 안정적으로 확보하기 위해서는 사용 후 연료 재처리 및 우라늄 농축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하는 데 대한 반박이다.

그러나 세이모어 조정관의 이런 발언은 농축우라늄을 구매하는 데 드는 비용 측면을 도외시한 것은 물론 한국을 언제까지나 에너지 기술 및 공정의 종속국으로 묶어두려는 의도를 드러낸 것으로 볼 수 있다. 한국은 현재 우라늄 농축이 금지된 탓에 수입한 우라늄을 해외 업체에 위탁해 농축하는 데 연간 약 6000억원을 지출한다. 이 비용도 비용이지만 우라늄 농축 기술을 보유하지 못했다는 것은 에너지 기술 및 공정에 대한 종속을 의미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서둘러 우라늄 농축기술과 공정 역량을 확보하지 않으면 앞으로 경쟁력 있는 우라늄 농축은 영원히 불가능하다고 한다.

게다가 우라늄 농축 기술보유국들이 이런저런 이유로 농축 우라늄을 무기화하는 경우도 상정해야 한다. 또 한국이 원전을 수출하려 할 경우 수입국은 발전기술과 함께 농축우라늄의 안정적인 공급도 요구할 수 있음을 감안해야 한다. 그렇다면 발전량 및 원전 보유 기준으로 세계 5위의 원전대국이자 주요 원전 수출국으로 떠오른 한국으로서 우라늄 농축을 못한다는 것은 에너지 안보 및 수출에 결정적인 취약점을 안게 된다는 얘기가 된다. 주요 동맹국이라면서 미국이 한국을 이렇게 대우하는 것은 옳지 않다.

물론 미국은 동맹 차원이 아니라 세계적인 핵 비확산 차원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문제에 접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은 핵확산 우려를 제거하기 위해 협정에 ‘우라늄 농축, 사용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부여하지 않는다’고 명시한 이른바 ‘아랍에미리트(UAE)방식’을 모든 나라에 적용할 것을 추진하고 있으며 한국도 거기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만약 한국에 예외를 인정한다면 중동 아프리카 등의 다른 나라들에도 UAE방식 적용을 강제하기 어렵게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면 우라늄 농축 및 재처리 권리를 부여받은 일본은 어떻게 설명해야 하는가? 미국이 일본에 그 권리를 허용한 것은 냉전시절 미·일동맹의 중요성 또는 필요성 때문이었다. 현재 한·미동맹은 중요성이나 필요성 측면에서 당시의 미·일동맹보다 크면 컸지 못하지 않다. 따라서 일본의 예를 보더라도 한·미 원자력협정은 한국이 우라늄을 농축하고 사용 후 연료를 재처리할 수 있도록 제대로 개정돼야 한다. 혹시라도 한국이 핵무기 개발에 나설 게 정 꺼려진다면 평화적 이용에만 국한한다는 것을 협정에 명문화하는 방안, 이를테면 ‘코리아 방식’도 적극 검토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