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이해찬·박지원의 방탄국회 담합
입력 2012-07-25 18:49
지난 6·9 전당대회를 40여일 앞두고 민주통합당이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당시 이해찬 전 총리와 박지원 최고위원이 당 대표와 원내대표를 나눠 맡기로 합의한 사실이 드러났기 때문이다. 두 사람은 친노·충청(이해찬)과 비노·호남(박지원)을 결합해 12월 대선 총력체제를 구축하기 위한 것이라고 강변했으나 비판적 시각이 많았다. 그럼에도 당내 거대 주주들의 담합은 위력을 발휘해 ‘이해찬 당 대표- 박지원 원내대표’ 체제가 들어섰다. 하지만 우려의 목소리는 계속됐다.
무엇보다 두 사람 모두 변화와 쇄신이라는 시대적 요구에 둔감한 구(舊)정치인이라는 점이 지적됐다. 이 대표는 총리 시절 ‘3·1절 골프 파동’ 등으로 사실상 정계를 떠났었고, 19대 총선을 통해 복귀한 이후엔 막말 파문을 일으켰다. 박 원내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후광을 등에 업고 호남의 맹주를 자처하고 있다. 이런 이들이 당원과 국민을 무시한 오만한 방법으로 당 대표와 원내대표 자리를 꿰찼으니 새로운 정치, 국민 눈높이에 맞는 정치를 기대하기 힘들 것이라는 얘기들이 그치지 않은 것이다.
걱정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가 검찰로부터 세 번째 소환 통보를 받은 박 원내대표를 구하기 위해 방탄국회를 열어야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밝힌 것이다. 그는 “8월 임시국회는 (박 원내대표를 위한) ‘방탄’을 떠나 해야 할 일이 많아 7월 임시국회 다음날인 내달 4일 곧바로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의 발언을 계기로 당 차원에서도 8월 임시국회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민주당은 여야가 합의한 민간인 불법사찰 국정조사와 대통령 내곡동 사저부지 의혹 관련 특검이 전혀 진척되지 않고 있는 점 등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일리가 전혀 없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의도가 불순해 보인다. 열흘 정도 남은 국회 회기 중 현안들을 해결하려는 모습은 온데간데없고, 8월 임시국회를 언급하고 나선 탓이다. 더욱이 이 대표가 국회를 다시 여는 날로 언급한 내달 4일은 국회가 열리지 않는 토요일이어서 ‘박지원 방탄국회’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박 원내대표에 대한 검찰 수사를 “표적수사이며, 악의적인 여론몰이이자 인민재판”이라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것도 마찬가지다.
방탄국회는 민심과 동떨어진 전형적인 구태정치다. 이 대표와 박 원내대표는 스스로 대선을 가장 잘 치를 체제라고 주장했지만, 법 위에 군림하려는 작금의 행태는 오히려 표를 떨어뜨리는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데도 김두관 문재인 손학규 후보 등 민주당 대선 경선후보들마저 박 원내대표의 검찰 출두에 반대하고 있다. ‘이해찬- 박지원 체제’의 잘못된 판단으로 당 전체가 수렁 속으로 빠져들게 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