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래관광객 1000만명 시대] 한류의 힘! 외국인 손님 10여년만에 2배로

입력 2012-07-25 20:57


‘한국방문의 해’ 마지막 해인 올해 외래관광객이 1000만명을 넘어 1100만명에 육박할 전망이다. 정부의 강력한 관광산업 육성정책과 K팝 등 한류 열풍에 힘입어 2010년부터 매년 100만명씩 늘어난 덕분이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숙박시설에서 볼거리, 먹거리, 안내체계, 환대서비스 등 수용태세는 관광선진국에 비해 여전히 미흡하다. 국민일보는 한국방문의해위원회와 공동으로 2020년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열기 위해 현주소와 필요 과제들을 4회에 걸쳐 조목조목 짚어 본다.

① 한국관광의 현주소

한국방문의해위원회가 지난 4월 26일부터 온라인을 통해 개최 중인 ‘한국방문의해 기념 K팝 커버댄스 페스티벌’에 지난 20일까지 아프리카를 비롯한 6개 대륙 50여 나라에서 1560팀이 응모했다. 비록 피부색과 언어는 달라도 이들은 인터넷에서 그룹 ‘소녀시대’ 등 좋아하는 한국가수들의 춤을 따라하고 한국말로 노래를 불러 K팝의 인기를 실감나게 했다.

관광코리아의 열풍이 갈수록 거세다. 하루 유동인구가 50만명인 서울 명동거리는 외국인 관광객이 절반을 넘어 한국 땅인지 외국 땅인지 헷갈릴 정도다. 홍익대 앞을 비롯한 K팝 공연장과 강원도 춘천 남이섬 등 한류드라마 촬영지도 연일 밀려드는 외국인 관광객들로 발 디딜 틈이 없다. 지난 24일 막을 내린 충남 보령머드축제에서는 11일 동안 외국인 관광객 26만명이 몰려들어 흥겨운 한때를 보냈다.

한국관광공사는 올해 한국을 찾는 외래관광객이 사상 처음으로 1000만명을 넘어 11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2001년 515만명이던 외래관광객이 11년 만에 배로 증가한 수치다. 이는 K팝으로 대표되는 한류 열풍과 함께 중국 관광객 유치를 위해 비자정책을 개선하고 의료관광·쇼핑관광·인센티브관광·MICE관광 등 고부가가치 관광산업을 육성한 덕분이다.

특히 K팝 효과는 상상을 초월해 관광수입 증대에도 크게 기여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발표한 ‘2011년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을 찾은 979만명 중 8.2%가 한국방문 선택 시 고려한 요인 중 하나로 한류를 꼽고 있다. 이들의 소비는 일반 관광객보다 1.5배 이상 많아 일본인의 경우 일반 관광객은 142만원을 소비한 반면 한류 관광객은 216만원을 지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쇼핑형 관광객의 씀씀이는 더욱 크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1000만 외래관광객 시대의 새로운 트렌드 변화’ 보고서에 따르면 2007년 12.6%에 불과하던 쇼핑형 관광객은 2011년 35.3%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1인당 지출 비용도 2005년 평균 392달러에서 2011년 588달러로 늘었다. 중국인 관광객의 쇼핑 지출은 혀를 내두를 정도. 지난해 9월 서울과 제주도를 방문한 중국 바오젠 그룹의 대규모 인센티브 관광단 1만1000명은 요우커(중국인 관광객)답게 쇼핑에서만 1인당 263만원을 지출했다.

그러나 2005∼2011년 외래관광객 1인당 관광수입 연평균 증가율은 4.4%로 아시아·태평양국가 평균(6.7%)에 못 미쳤다. 외국인 관광객이 숙박비나 식음료에 지출한 돈이 소폭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들이 관광인프라 소비에 인색해진 결과 관광산업의 직간접적인 경제적 파급효과는 2000년 국내총생산(GDP)의 6.6%에서 지난해 5.2%로 줄어들었다. 관광객 증가에도 불구하고 일자리 창출효과도 기대 이하로 나타났다.

외래관광객들의 한국여행 만족도도 높지 않다. 지난해 10월 국경절에 한국을 찾은 중국인 개별관광객은 온갖 불편을 감수해야 했다. 언어는 잘 통하지 않았고 서울에서 호텔 숙소를 구하기도 불가능에 가까웠다. 입맛에 맞는 음식점을 찾기도 힘들어 “돈을 쓰고 싶어도 쓸 데가 없다”는 볼멘소리가 나왔다. 지난해 개별관광객의 만족도가 홍콩이나 마카오 등 동남아보다 낮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외국인들은 한국관광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서울의 호텔 객실 부족을 꼽는다. 지난해 말 수도권 호텔 객실 수요는 3만6000실인데 공급은 2만8000실에 불과해 관광객 대비 8000실이 부족하다. 문화체육관광부는 24일 ‘관광숙박산업 활성화 방안’을 발표하고 2015년까지 3만8000실을 더 공급하겠다고 밝혔지만 그 이전까지는 늘어나는 관광객을 수용할 뾰족한 대책이 없는 실정이다.

저가 관광상품 폐해도 심각하다.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여행업체들의 과당경쟁으로 원가에 못 미치는 상품을 판매하고 쇼핑 강요로 이익을 챙기는 현재 구조로는 관광코리아의 열풍을 이어갈 수 없다. 외국인 입맛에 맞는 메뉴 개발, 안내 서비스 확대 등 다양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법으로 하루빨리 관광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최근 불붙기 시작한 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다. 그래야 2020년을 목표로 한 ‘외래관광객 2000만명 시대’를 준비할 수 있을 것이다.

박강섭 관광전문기자 kspar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