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효정의 바둑이야기] 한국 바둑의 미래

입력 2012-07-25 18:38


1998년 1월 1일 이후 출생자만 참가할 수 있는 제1회 영재입단대회가 지난 17일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영재입단대회는 2010년 9월 정기 기사총회에서 결정한 ‘한국기원 프로기사 입단제도 개선 방안’의 하나로 신설됐다. 국가적 차원에서 영재들을 육성해 무섭게 성장하는 중국의 영향도 있었지만, 입단의 문이 좁아 중도 포기하는 영재들을 발굴해 한국바둑의 미래를 책임질 재원으로 만들기 위한 방도다.

지난 9일 시작된 예선전에는 전국 곳곳에서 107명의 선수들이 모였다. 이 가운데 입단자는 단 두 명. 3일간의 치열한 예선 끝에 16명이 본선에 진출해 14일부터 17일까지 본격적인 대국이 치러졌다. 패자부활전 방식의 더블 일리미네이션으로 치러진 본선에서는 먼저 12세의 신진서가 영재입단 1호의 영예를 안았다.

부산에서 태어난 신진서는 5세 때 어머니로부터 처음 바둑을 배운 후 바둑교실을 운영하는 아버지 아래에서 실력을 쌓아왔다. 그리고 입단대회가 열리기 5개월 전 서울로 올라와 충암도장에서 특훈을 하고 입단에 성공했다. “저는 바둑을 미친 듯이 좋아한 적도 없지만 싫어한 적도 없습니다. 바둑이란 제게 평범하게 생활하는 것과 같습니다”며 제법 어른스러운 소감을 밝힌 신진서는 269명의 프로기사 가운데 최연소 기사로 등록됐다.

하루 뒤에 결정된 마지막 입단자는 오래전부터 어린이 유망주로 주목받던 신민준(13)이 차지했다. 11연승을 거두다 신진서에게 패해 위기를 맞기도 했지만 이어덕둥(14)에게 마지막 승리를 거둬 입단을 결정지었다.

6세 때 바둑을 시작한 신민준은 아버지가 바둑 두는 것이 재미있어 보여 바둑교실을 보내달라고 졸랐던 것이 계기가 돼 승부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아버지는 바둑 애기가로 ‘천추태후’ ‘대왕의 꿈’ 등을 연출한 신창석 감독. 아침에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사활 책을 찾는다는 신민준은 열심히 노력하는 기사가 되고 싶다며 프로로서의 포부를 밝혔다.

시대가 많이 달라졌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부분 기사들의 목표와 꿈은 이창호 9단이었다. 하지만 이제 두 영재기사들은 박정환 9단을 만나고 싶어 한다. 세계랭킹 1위인 박정환을 동경하기 때문이다. 얼마 전 열린 농심배에서는 이동훈(14) 초단이 이창호를 꺾고 농심배 사상 최연소 국가대표가 되는 파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우리의 스타들이 저물어가는 것을 보면 조금은 서글퍼지려고 한다. 하지만 영재들은 한국바둑계의 떠오르는 태양으로 밝은 미래를 상징한다. 앞으로의 바둑계는 어떤 모양을 갖추게 될지 긴 수읽기에 빠져본다.

<프로 2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