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풍향계-조영무] CD금리 대안으로 RP금리 쓰자
입력 2012-07-25 18:38
“금융기관 간 거래가 빠르게 늘고 관련 제도와 인프라도 확충하고 있어 대표성 높아”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가 CD(양도성예금증서)금리 결정에 담합이 있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관련 증권사 및 은행에 대한 조사에 나서면서 CD금리를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특히 수백조원에 달하는 은행 대출의 기준금리이자, 수천조원에 달하는 파생금융상품 거래의 지표로 활용되어 온 CD금리의 결정 방식에 많은 문제점이 있었다는 사실 때문이다.
금리 수준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 이해 당사자들(은행·증권사)의 추정에 의해 CD금리가 결정돼왔다는 점은 앞서 조작 파문이 일었던 영국 런던 금융시장의 리보(LIBOR)금리와 유사한 구조적 문제점을 가진 것이다. 이번 사태가 불거지면서 일정 수준의 CD 발행을 의무화한다거나, 은행들의 예대율 산정 시 CD를 예금으로 인정하는 방안 등이 논의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이 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실제 거래에 기반을 두지 않은 호가 중심의 금리 결정이라는 근본 틀이 바뀌지 않는 한 구조적 문제점은 그대로 남아 있기 때문이다.
단기 지표금리로 CD금리가 적절한가 하는 문제는 예전부터 지적되어 왔다. 최근 수년간 은행들의 CD 발행이 급감하고, 채권시장 내에서 CD 거래가 부진해지면서 CD금리가 자금시장 상황을 잘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우려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재 CD금리의 대안으로서 코픽스(KOFIX)금리, 코리보금리, 통화안정증권 및 은행채 금리 등이 거론되고 있으나 각각 나름의 장단점이 있어 결정이 쉽지 않다.
반면 RP(환매조건부채권)매매금리가 CD금리의 바람직한 대안이 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첫째, RP는 CD금리와 달리 실제 이루어진 채권매매 거래에 기반을 두고 금리가 결정된다. 둘째, 한국은행 RP, 금융기관 간 RP, 대고객 RP 등을 통해 중앙은행, 금융기관, 일반 금융소비자 등 다양한 주체들이 거래에 참가하기 때문에 실제 단기 자금시장 상황을 잘 반영할 수 있다. 셋째, 1일부터 1년까지 다양한 만기에 대한 금리 제공이 가능해 금융시장 내의 체계적인 장단기금리 기간구조 형성에도 도움이 된다.
그동안 국내에서 RP금리의 대표성을 제약하던 중요한 요인은 적은 거래량, 특히 금융기관 간 RP 거래가 활발하지 않다는 점이었다. 이는 관련 인프라의 미비, 시장 조성자 역할을 맡을 주체의 부재 등으로 인해 금융기관들 간 단기자금 거래가 콜시장에 과도하게 집중되어 온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금융기관 간 RP 거래가 빠르게 늘어나는 가운데 관련 제도 및 거래 인프라도 확충될 예정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2007년에 월평균 57조원 규모이던 RP 거래 규모는 올해 들어 월평균 646조원으로 11배나 늘었다. 특히, 한국은행과의 거래가 아닌 금융기관 사이의 거래가 크게 늘면서 2007년 11.9%에 불과하던 금융기관 간 RP 거래 비중이 올해 들어서는 84.7%로 높아졌다. 이는 그만큼 RP금리가 금융기관의 실제 자금 사정을 반영할 가능성이 높아졌음을 의미한다.
한편 이달 중에 RP 거래정보의 실시간 공개시스템이, 내년 상반기 중에는 보다 편리한 통합거래체결 시스템이 증권예탁원에 의해 구축될 예정이다. 또한 증권금융이 올해 안에 RP의 경쟁매매 체결방식을 도입할 예정이어서 시장조성 기능도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해외에서도 미국 재무부의 경우 변동금리 채권 발행을 검토할 때 적용금리 후보에서 리보금리를 제외함으로써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 도입 움직임에 힘을 싣고 있다. 특히, 최근 일본 노무라 증권, 스위스 유비에스(UBS) 은행 등이 리보금리를 대신할 단기금리 지표로 미국 중앙예탁결제원이 제공하는 RP금리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는 등 글로벌 금융시장에서도 새로운 단기 지표금리로서 RP금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에서의 단기 지표금리 변화 방향에 발을 맞추면서 국내 금융시장을 위한 보다 신뢰성 있는 단기 지표금리 개발에 노력해야 할 때다.
조영무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