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징용 아버지 묘지 찾고도 모셔오지 못한 류연상씨 “유해봉환법 통과를…” 의원 11명에 애끊는 편지
입력 2012-07-25 19:22
류연상(70·사진)씨는 지난 17일 편지를 썼다. 수신인은 ‘일제강제동원 피해 진상조사와 유해봉환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이하 유해봉환법)’에 공동발의자로 이름을 올린 국회의원 11명이었다. 여든여덟 노모를 모신 그에게 편지는 머나먼 타국 땅 사할린에 묻힌 아버지를 모셔올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었다.
류씨는 편지에서 “제게 남은 마지막 소원은 어머니 생전에 아버지를 고국 땅으로 모셔오는 일”이라며 “‘죽어서라도 네 아버지 옆에 눕고 싶다’는 가엾은 어머니의 한을 풀어드리고 싶습니다”고 애원했다. 그는 “해방된 지 70년이 다 되도록 국가에 의해서는 사할린 동포의 뼈 한 조각 돌아오지 못했다”며 “한 줌의 재가 되어서라도 유족이 살아있을 때 (고국에) 돌아올 수는 없는 것입니까?”라고 반문했다.
류씨의 아버지는 그가 두 살 때인 1945년 2월 강제 징용됐다. 아버지와는 6·25전쟁 이후 소식이 끊어졌다가 1976년 어렵사리 다시 연락이 닿았지만 두 차례 편지가 전부였다. 이듬해 류씨는 아버지의 친구로부터 “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아야 했다.
살아서 만나지 못한 아버지의 유해라도 찾아야 한다며 전전긍긍하던 그는 30여년 후인 2010년 12월 기적처럼 국민일보 지면에 실린 아버지의 비석 사진을 봤고, 지난해 8월 사할린의 공동묘지에서 아버지의 비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럼에도 유해를 모셔 오지는 못했다. 류씨의 아버지 등 22명의 유해봉환을 위해 책정됐던 3억8900만원의 예산이 국회에서 전액 삭감됐기 때문이다(본보 1월 17일자 보도). 게다가 유해봉환 사업을 추진해온 국무총리 직속 ‘대일항쟁기 강제동원 피해조사 및 국외 강제동원 희생자 등 지원위원회(이하 위원회)’의 활동기간은 올해 말로 끝나도록 규정돼 있다.
절망에 빠져 있던 그는 지난 11일 발의된 유해봉환법을 보고서 다시 기운을 냈다. 선진통일당 이명수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법안은 기간제한 규정을 아예 폐지해 위원회를 상설화하고, 강제동원 피해자와 유족들에 대한 지원을 대폭 강화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류씨는 편지에서 “의원님들께서는 또 하나의 기적을 만들려 하고 계십니다. 이 법만 금년 중에 국회를 통과한다면 어머니 생전에 아버지 유해를 모셔올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라는 희망을 피력했다.
이 의원은 25일 “여야를 막론하고 관심을 표시하는 의원들이 많아 올해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것”이라며 “일제강제동원 피해자 및 유족들의 고통을 치유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승훈 기자 shj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