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對北 강경기조 바꾸나… “北 개혁 구체화땐 가시적 지원 모색”

입력 2012-07-25 19:21

인민군 총참모장 이영호 숙청을 시작으로 군부 개혁에 착수한 북한 지도부가 개혁·개방 징후를 보이면서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기조에도 변화 조짐이 감지되고 있다.

외교·안보라인 고위 당국자들 사이에서 “북한 조치들이 한 방향을 갖고 긍정적으로 진행될 경우 이를 지원할 가시적인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면서 정부가 이번 기회에 대북 강경기조를 수정할지 주목된다.

정부는 북한이 김정일 시대의 ‘선군(先軍) 정치’를 버리고, ‘선경(先經·경제 우선) 정책’으로 방향을 확실하게 잡으면 대북관계 전반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25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북한의 최근 움직임은 군부에 대한 경제 기득권 몰수작업으로 여겨진다”면서 “북한이 다른 방면에서도 변화를 실제화할 것에 대비해 가시적 지원 조치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우익 통일부 장관은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 출석해 “북한의 형편과 시대상황을 보면 북한이 경제를 개방하고 대외관계를 회복해야 할 수요는 분명히 있다”면서 “북한 내부에서 어느 정도 논의가 진행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류 장관은 “북한이 경제를 우선시하고 민생을 챙기겠다는 노력을 하는 것이 가시화되고 그런 의지가 분명히 드러난다면 우리 정부는 환영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정부의 다른 당국자는 “절박한 경제사정으로 봐서 분명히 북한 지도부가 뭔가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김정은 집권 이후 나온 일련의 조치들에 상당한 의미가 있다고 보고 있다. 북한은 최근 젊은 경제학자들에게 당의 요직을 맡기고 경제특구 관리들을 중국에서 연수시키는가 하면, 협동농장 구성원들에게 자유롭게 처분할 수 있는 농작물 비율을 대폭 늘려주는 ‘신(新)경제관리개선조치’를 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으로 기업 자율권을 확대하고 대외개방을 단행하는 전면적인 경제개혁을 실시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러나 임기 말에 이른 현 정부가 대북정책을 전면 전환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북한 지도부가 껄끄러운 관계를 이어온 이명박 정부보다는 차기 남한 정부와의 대화를 선호할 것이라는 전망이다.

북한이 핵무기 개발 정책을 바꾸지 않고 있는 것도 장애물로 여겨진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핵 포기를 대북제재 철회 전제 조건으로 못 박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 정부가 독자적으로 경제 지원책을 마련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신창호 기자 proco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