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덕영 장로 칼럼] 종교인과 신앙인 (13)

입력 2012-07-25 16:16

오순절 운동과 청교도 정신

장로교 교인으로서 오랜 신앙생활을 하다 보니 무언가 마음 한 구석에 부족함을 느끼기도 한다. 최근 신앙생활은 성경 중심이며 민주적이고 무언가 스마트한 것 같기도 한데, 좀 뜨뜻미지근한 신앙생활이라는 생각이 들어 만족하지 못할 때가 있는 것이다.

오늘 조그마한 교회에서 한 교인이 성령을 받고 방언이 나와 온 교인이 이를 축하하기 위해 미역국과 떡을 준비해서 잔치를 한다고 들었다. 마치 아이를 순산할 때와 같다며 전 교인이 감격의 눈물을 흐렸다고 한다.

나로서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왠지 나도 한 번 방언을 받고 뜨거운 신앙생활을 해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하나님께 제게도 방언을 주시고 성령 체험을 하게 해 주십사 기도했는데, 조금 더 매달려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점심 식사 때 목사님께 물었다. 우리 장로교는 방언과 은사를 강조하지 않고 별로 권하지도 않는데 이유를 아시느냐고. 목사님은 그저 ‘그런 건 아닙니다’ 하신다. ‘방언 별 거 아닙니다’라는 말도 들었다. 내가 ‘목사님은 방언 은사 받으셨어요?’ 물으니 ‘나도 급한 상황에서 기도를 하니 어느 날 방언이 되더군요’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시면 방언 기도를 하면 어떤 이점이 있나요’ 하고 물으니, ‘기도를 더 깊이 할 수 있고, 몇 시간이고 쉽게 기도할 수 있는 장점이 있어요’라고 하셨다.

나는 욕심이 더 생겼다. 나도 하나님께 다시 한 번 기도해 봐야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실제로 많은 교단에서 신학적으로 정리된 바에 의하면, 방언과 신유와 이적은 사도행전에서 끝났다는 신학적 견해를 가진 교파가 많다. 방언과 은사를 받았다는 사람들의 기행이 오히려 신앙생활을 그릇되게 한 과거의 행적 때문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구더기 무서워 장을 담그지 못하는 우를 범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오순절 운동은 미국 아주사 지역의 폐허가 되어버린 한 감리교 교회에서 시작됐다. 그 교회를 중심으로 미국 전역에 성령을 체험한 사람의 수가 늘어 새로운 운동이 시작되고, 이 운동은 성결교, 감리교, 장로교, 심지어는 가톨릭교회에도 새로운 복음주의의 부활을 가져왔다. 그리고 한국에서도 조용기 목사님이 이끄는 여의도 순복음 교회가 전 세계에서 제일 큰 60만 명의 대교회로 열매를 맺었다. 그리고 오늘도 살아계신 하나님의 증거로, 신유의 역사와 이적이 아프리카까지 복음으로 전파돼 중요한 전도의 방편이 되고 있다고 한다.

살아계신 하나님은 사도행전에서만 역사하시는 것이 아니고 오늘 우리 교회에서, 그리고 나에게도 지금 이 시간에 함께 역사하고 계시다는 것을 나는 확신하고 있다. 감사하신 하나님, 그리고 영광과 찬송을 받으실 하나님께 감사와 경배를 드립니다.

그러나 이 오순절 운동이 성령의 체험과 감동에 그치고, 이것이 우리의 실생활로 연결되지 않은 채 기복신앙으로 연결되고 있다. 야고보서 말씀인 행위의 열매로 우리의 삶을 변화시키는 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는 지적에 우리는 귀를 기울여야 한다.

변질되지 않는 오순절 운동(혹은 그와 유사한 운동)을 종교사 쪽에서 찾아본 바, 나는 이것이 바로 청교도 운동이 아닌가 생각한다. 크롬웰이 지휘하는 청교도 군대는 폭정을 일삼는 왕정을 무너뜨리고 성경을 바탕으로 하는 신정 국가를 꿈꿨으나, 국민들이 다시 왕정을 원하는 바람에 영국에서 빛을 보지 못했다. 이들이 찾은 곳이 바로 미국이라는 신천지였고 그곳에서 그들의 꿈을 이루었다. 성경 말씀에 따라 정직하고 근검절약하며 직업의 귀천을 따지지 않고 부는 하나님이 잠시 맡긴 것이라는 청지기 정신으로 무장된 그들은, 세상에서보다 하늘에서 하나님께 인정받으려 했다. 그들은 먼저 하버드 대학, 예일 대학을 세워 자식들을 교육했고, 카네기 등 세계적 부호들을 양성하여 세계 전도에 쓰임을 받았으며, 대학 총장과 의사 등 미국 주류 사회를 이끄는 정치 지도자들을 양성했다. 건전한 미국 시민을 만들었던 청교도들의 삶을 우리가 재조명해 본다면, 믿음과 우리의 삶을 일치시킬 수 있는 대안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의 신앙생활이 사회생활과 가정생활로 일치되는 신앙의 모델을 찾아야 우리 기독교의 전도가 제대로 이루어질 것이다. 믿음이 그의 행함과 함께 일하고 행함으로 믿음이 온전케 되었다는 성경 말씀이 이루어지는 한국 교회와 교인이 되기를 기도해 본다.

한국유나이트문화재단 이사장, 갈렙바이블아카데미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