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피난처 등록 페이퍼컴퍼니 국내기업, 5000개 육박

입력 2012-07-24 21:55

조세피난처를 이용한 국외 재산 도피 사례가 급증하고 있는 가운데 합법적으로 신고한 투자금액만 24조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국내 기업의 페이퍼컴퍼니(서류상 회사)는 5000개에 육박했다.

24일 한국수출입은행에 따르면 1968년부터 지난 3월까지 조세피난처 35곳에 내국인이 투자한 금액은 모두 210억 달러(24조원)에 달한다. 이는 같은 기간 우리나라의 대외투자 총액(1966억 달러)의 10.7%에 달하는 수치다. 싱가포르가 43억 달러로 가장 많고 말레이시아와 케이맨군도가 각각 31억 달러, 버뮤다 26억 달러, 필리핀 25억 달러 등이다.

관세청 집계로는 홍콩과 영국, 캐나다, 네덜란드, 케이맨군도 등 대표적인 10개 조세피난처에 투자된 금액이 2007년 74억8600만 달러에서 지난 3월 126억3200만 달러로 급증했다. 같은 기간 대기업 투자도 51억8800만 달러에서 115억6200만 달러로 증가했다. 조세피난처에 등록된 국내 기업의 페이퍼컴퍼니는 지난해 말 기준 4875개로 파악됐다.

재벌닷컴 조사에 따르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조세피난처로 지목한 44개 국가·지역에 국내 30대 재벌그룹이 세운 외국법인은 47개나 된다. 롯데가 178개 국외계열사 중 13개, 현대차는 212개 중 5개, 현대중공업은 46개 중 5개를 조세피난처에 세웠다. LG와 삼성도 각각 4개, 3개의 법인을 가지고 있다. 국세청 관계자는 “정부 기관의 공식통계에 잡힌 투자는 절세 목적이나 사업계획에 따른 ‘택스 플래닝(Tax Planning)’에 가깝다”면서 “공개투자 규모의 증가세를 보면 탈세를 위한 재산도피도 늘어났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실제로 관세청이 적발한 국외 재산도피 사례는 2007년 13건(166억원)에서 2010년 22건(1528억원)으로 도피 규모가 급증했다.

앞서 영국 일간 가디언은 22일(현지시간) 조세피난처 전문가 제임스 헨리의 보고서를 인용, 1970년대부터 2010년까지 한국에서 외국 조세피난처로 이전된 자산이 7790억 달러(888조원)에 달한다고 보도했다. 이는 중국(1조1890억 달러), 러시아(7980억 달러)에 이은 세계 3위 규모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