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MZ 주제 미술작품 DMZ에서 본다
입력 2012-07-24 20:11
전쟁의 상처와 분단의 아픔이 깃든 강원도 철원 비무장지대(DMZ) 접경지역 곳곳에 미술작품이 들어섰다. 전시기획사인 ‘사무소(SAMUSO)’가 28일부터 철원 DMZ 일대에서 여는 ‘리얼 디엠지 프로젝트 2012’ 전에는 국내외 작가 11팀이 한반도의 전쟁과 그 이후의 기억, 휴전과 평화, 일상과 통제, 대치와 공존 등을 주제로 제작한 작품 15점을 출품했다.
전시를 기획한 김선정(47·한국예술종합학교 미술원 교수·사진) 사무소 대표는 23일 철원 DMZ 현장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이자 휴전지인 한국의 상황을 미술작품으로 돌아보고 ‘비무장’의 의미와 미래상을 생각해보는 전시”라고 설명했다. 그는 “전시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다소의 제약은 있었지만 군부대의 도움으로 순조롭게 진행됐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의 딸이다.
작품은 철원군에서 주관하는 ‘철원안보관광’ 코스를 따라 회화 사진 영상 조각 등이 설치됐다. 분단 조국의 현실을 미술작품과 함께 관람할 수 있는 기회다. 경기도 연천이나 파주 DMZ 근처 전시장에서 ‘분단과 평화’를 주제로 전시가 열린 적은 있으나 강원도 DMZ 민간통제선 현장에 미술작품이 설치되기는 처음이다.
철원안보관광 코스는 안보 및 전적지를 보존·관리하는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출발해 1970년대 발견된 ‘제2땅굴’, 중부전선 최북단 접경을 조망할 수 있는 ‘철원평화전망대’, 분단 이전 서울과 원산을 잇는 열차가 지나다니던 ‘월정리역’, 1948년 세워진 ‘노동당사’ 등의 순서로 이어진다. 코스마다 DMZ에 대한 작가의 시선이 담긴 작품들이 설치됐다.
참여 작가는 프랑스 아망딘 페노(30) 프랑소와 마자브로(30), 독일 디륵 플라이쉬만(38) 니콜라스 펠처(30), 영국 사이몬 몰리(54), 황세준(49) 김량(40) 김실비(31) 이주영(41) 노순택(40) 파트타임스위트(이미연 이병재 박재영) 등이다. 이 가운데 김량은 노동당사 앞에 녹슨 철을 활용한 설치작품을, 노순택은 평화전망대에서 북한 쪽을 바라보는 병사를 촬영한 사진을 내놓아 눈길을 끌었다.
전시를 관람하려면 철의삼각전적지 관광사업소에서 운영하는 ‘철원안보관광’(하루 4회)에 참여하거나 서울에서 출발하는 ‘전시투어 프로그램’(토요일 1회)에 신청하면 된다. 전시는 9월 16일까지 진행된다. 김 대표는 “관람객들의 반응에 따라 향후 안보관광과 연계한 DMZ 전시를 해마다 여는 방안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철원=글·사진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