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판사가 김병화 임명 반대 글 올려 파문

입력 2012-07-24 19:21

대법관 4인의 공석으로 대법원 업무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국회의 임명 동의안 처리 지연의 1차 원인 제공을 한 대법원과 법무부 책임론이 부상하고 있다. 법원에서는 현직 판사가 김병화(57) 후보자의 임명을 반대하는 글을 올려 파문이 커지고 있다. 대법관 공석으로 국민의 권리 구제가 지연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추천 나흘 만에 낙점?=송승용(38) 수원지법 판사는 24일 내부 통신망인 코트넷에 띄운 글에서 “현재까지 언론을 통해 알려진 결격사유만으로도 김 후보자가 대법관으로서 직무를 수행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며 “김 후보자 임명은 대법원 판결, 사법부 불신으로 이어지고 법관의 자긍심에 엄청난 손상을 가져올 것”이라고 주장했다. 왜 현직 판사까지 나서는 사태가 벌어졌을까.

대법관후보추천위원회는 대법관 퇴임을 2개월 정도 남긴 5월 3일에야 구성됐다. 당초 검찰에서는 검찰 몫 대법관 후보로 길태기 법무부 차관 등이 거론됐으나 김 차관이 “검찰에 뼈를 묻겠다”며 고사했다. 이에 따라 김 후보자를 비롯해 안창호(55), 김홍일(56) 고검장 등이 추천됐다.

그로부터 1개월 뒤인 6월 1일 추천위는 대법원장에게 김 후보자를 포함한 13명의 후보자를 추천했다. 양승태 대법원장은 불과 나흘 뒤인 6월 5일 4명의 후보자를 제청했다. 대법원장이 후보를 검증하는 것은 애초 무리였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대구 경북고 선후배 관계인 권재진 법무부 장관과 차한성 법원 행정처장의 의중이 강하게 작용해 김 후보자가 후보로 최종 낙점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법조계에서는 2개월에 불과한 대법관 인선 일정을 대폭 늘리고 후보추천위원회의 심사절차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대법관 공백에 처리 지연 1000건=대법원의 업무공백은 결국 신속한 재판을 받아야 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하는 결과를 낳는다.

대법원이 지난해 6월부터 1년 동안 처리한 사건은 3만6964건. 13명의 대법관 1인당 1일 처리건수는 평균 8.4건. 산술적으로만 계산하면 대법관 4인의 공백으로 하루에 33.6건의 처리가 지연된다. 그런데 법원 사건 대부분은 대법관 4인으로 구성된 소부에서 처리되고 있다. 1부의 경우 김능환, 안대희 대법관이 퇴임했다. 2부와 3부는 각각 전수안, 박일환 대법관이 자리를 비웠다. 2인만 남은 대법원 1부의 재판이 사실상 불가능해 하루 50.4건씩 처리가 지연된다는 게 대법원의 설명이다.

국회가 빨라야 다음 달 1일에나 대법관 후보 임명동의안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되면 4인이 퇴임한 지난 10일부터 20여일 동안 처리가 지연돼 누적되는 사건이 1000건을 웃돌게 된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