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성 폐기물 재활용 주권행사 2년 뒤엔 가능할까

입력 2012-07-24 19:21


정부가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권리를 확보하기 위한 본격 행보에 나섰다. 한·미 양국의 본격적인 협상은 내년에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두 나라 모두 올해 말 대통령 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가동 원자력발전소 21기를 보유한 한국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자체적으로 재처리할 수 없다.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을 처리하지 못하고 원전 내 임시 저장시설에 보관하는 실정이다. 세계 5위 원전 강국임에도 불구하고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이는 대표적인 불평등 협정으로 지목되는 한·미 원자력협정 때문이다. 1973년 발효돼 74년 개정된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르면 한국은 미국 정부의 사전 동의나 허락 없이 핵연료의 농축과 재처리를 할 수 없다. 이 협정은 2014년 3월 만료된다. 38년 전에 개정된 협정이 한국의 정당한 주권을 침해한다는 주장은 그래서 나온다.

한국은 사회·경제적인 이유에서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미국은 군사적인 이유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인다.

미국은 한국이 우라늄 농축과 핵연료 재처리 능력을 가질 경우 핵무기 개발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북한과 중국, 일본 등 주변국들을 자극해 동북아 핵 위기로 비화될 수 있다는 걱정을 감추지 못한다.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주도하는 핵 비확산 정책에 악영향을 끼칠 수도 있다.

한국은 갈수록 심각해지는 사용 후 핵연료 문제 때문에 반드시 재처리가 이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평화적인 방법의 재처리를 미국이 이상한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는 불편한 심기도 엿보인다.

2∼3년 뒤면 사용 후 핵연료 임시 저장시설이 포화상태에 이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와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사용 후 핵연료는 맹독성 방사성 물질을 함유하고 있어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는 문제다.

특히 파이로프로세싱(pyroprocessing·원자력 발전 후 남은 사용 후 핵연료를 재활용해 다시 원전의 핵연료로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 최대 쟁점이다. 한국은 이 과정을 거치면 핵무기의 원료인 플루토늄만 따로 추출할 수 없다고 주장하지만 미국은 이 과정을 반복하면 핵무기를 만들 만큼의 플루토늄을 확보할 수 있다고 반박한다.

또 한국이 핵연료를 농축할 수 없어 해외 광산에서 수입한 4500t의 우라늄 농축 처리를 외국에 맡기는 데 연간 6000억원의 혈세가 새고 있다. 비용은 원전 기수가 늘어나는 것에 비례해 증가할 수밖에 없다.

정부는 한·미 원자력협정 개정 시한이 2014년 3월인 만큼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정부 당국자는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를 요구하는 우리 입장을 미국에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지 못한 상황”이라며 “시한이 많이 남아 있고 두 나라 모두 연말 대선이 있기 때문에 내년에 새로운 정부가 출범한 뒤 구체적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 말 시한인 한·미 방위비 분담 협상을 지렛대로 삼아 유리한 조건을 이끌어내는 방안도 조심스레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 Key Word -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

사용 후 핵연료 재처리는 원자력 발전 후 남은 핵연료를 처리해 다시 원전에 쓸 수 있도록 만드는 개념이다. 타다 남은 연탄재의 검은 부분을 모아 다시 연탄으로 찍어내는 것으로 이해하면 쉽다.

방식은 건식과 습식이 있다. 건식 재처리는 ‘파이로프로세싱’으로 불리며 한국과 미국 양국이 공동 연구를 진행 중이다. 2028년까지 파이로프로세싱에서 얻은 우라늄으로 차세대 원전을 가동하는 것이 목표다. 이렇게 되면 우라늄 활용도는 현재보다 100배 이상 높아질 전망이다.

습식 재처리는 사용 후 핵연료를 질산 용액에 녹여 플루토늄을 뽑아내는 방식으로 과거 핵무기 원료를 확보하기 위한 목적이 많았다.

하윤해 이성규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