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금융, ING생명 붙잡고 우리금융 인수 발뺄 듯

입력 2012-07-24 21:43

KB금융이 우리금융 인수 불참으로 방향을 급선회하고 있다. ING생명 한국법인 인수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우리금융을 인수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지주 수익 다변화를 꾀할 수 있다는 게 표면적인 이유다. 그러나 충분한 자금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금융 인수전에서 발을 빼는 것은 인수 이후 벌어질 정치적 논란을 우려하고 있기 때문으로 알려졌다.

24일 금융위원회와 업계 등에 따르면 KB금융은 지난주 임원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인수 여부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인수에 찬성한 임원은 단 한 명뿐이었다.

그는 현재 우리금융의 주가가 주당 1만원 수준이어서 인수 비용이 적게 들 수 있고, 자칫하면 인수전 참여 가능성이 있는 교보생명에 우리금융을 뺏길 수 있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찬성 의견은 이것이 끝이었다. 나머지 참석자들은 경제적인 효과는 인정하면서도 노조의 반대나 정치적 논란 등을 거론하며 “다음 기회를 노리자”고 주장했다. 박근혜 전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이 최근 다음 정권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를 하는 게 낫다는 의견을 밝힌 데 따른 것이다. 민주당도 현 정부의 우리금융 민영화 반대 입장을 명백히 한 데다 메가뱅크(초대형 은행) 탄생에 대한 금융노조의 결사적인 반대도 부담이 됐다.

여기에 ING생명 한국법인을 저가에 인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 것도 ‘여유’를 되찾게 된 배경이다. 당초 ING생명 한국법인의 매각가는 3조∼3조5000억원 수준으로 예상됐지만 KB금융은 3조원이 안 되는 금액을 써낸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주요 경쟁사들이 입찰을 포기하면서 어윤대 KB금융 회장도 적정한 가격이라며 반색한 것으로 전해졌다.

KB금융은 당초 우리금융 예비 입찰 마감일인 2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입찰 참여 여부를 결정하려고 했다. 그러나 내부 여론이 급선회하는 데다 정치적 논란이 자꾸 더해지자 25일 이사진 간담회를 열기로 결정했다. 지난 13일 이사회에서 이미 한 차례 우리금융 인수 여부를 논의했던 이사진은 이날 구체적인 입장을 정할 전망이다.

앞서 국민은행 노조는 23일 어 회장과 이경재 이사회 의장에게 면담을 요청하고 우리금융 인수전 참여에 대한 항의서한을 전달했다.

KB금융 관계자는 “여러 차례 내부 회의를 열고 우리금융 인수 여부를 논의해 왔다”면서 “내부의 의견은 하나의 참고자료일 뿐이며 모든 것은 이사회에서 결정하는 대로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강준구 강창욱 진삼열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