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강창욱] “DTI, 부동산에 효과없다”는 금융당국
입력 2012-07-24 21:49
“불씨가 없는데 휘발유 붓는다고 타겠나. 연탄만 젖지….”
금융감독당국 관계자는 24일 정부가 사실상 완화하기로 한 총부채상환비율(DTI)의 실효성을 이렇게 평가했다. 불씨 없는 연탄은 집값 하락으로 꽁꽁 얼어붙은 우리나라 부동산 경기를 뜻한다. 이런 상황에서 DTI를 풀어 휘발유인 대출을 늘려봤자 부동산 거래를 살리는 데는 별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이 관계자는 “DTI ‘완화’가 아니라 ‘보완’이라고 했으니 규제를 완전히 푸는 건 아닐 것”이라며 “완전히 풀어도 효과가 있을까 말까 싶은데 보완 수준이라면 효과가 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오히려 내수 진작 대책이 아닌가 한다”는 해석을 내놨다.
DTI 완화가 부동산 경기 살리기에 효과가 없을 것이란 지적은 한 사람의 얘기가 아니다. 시장 반응이 차갑고, 금융당국도 효과는 별로 없으면서 가계부채만 늘릴 수 있다며 냉소적이다. DTI 주무부처인 금융위원회는 DTI 실태조사에 착수했지만 여전히 신중론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런 반응에 청와대 생각은 어떤지 모르겠다. DTI 보완 방침은 지난 주말 이명박 대통령이 주재한 회의에서 나온 부동산 경기 활성화 대책이다. 청와대는 찐 감자와 옥수수를 야식으로 먹어가면서 9시간 넘게 ‘끝장토론’을 벌인 결과라며 자랑했는데 부동산 경기에 미치는 효과는 없다는 진단만 나오는 것이다.
청와대 끝장토론은 지지율이 바닥을 찍은 정부가 레임덕(임기 말 권력 누수)을 탈출하기 위한 응급조치였다는 해석이 많다. 하지만 결과는 싸늘하다. 청와대가 정책 방향을 잡고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DTI를 보완해도 가계부채 문제가 없다”고 두둔하고 나섰지만 금융당국은 주춤하는 모양새다. 괘씸하게 볼 일만은 아닐 것이다. 과욕을 부리기 쉬운 임기 말엔 서둘러서 실정(失政)하기보단 무리수를 두지 않는 게 중요할 수 있다.
경제부 강창욱 기자 kc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