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 삶-박명재 전 행정자치부 장관] “이제 세속적인 일에 눈 돌리지 말라” 응답 받아
입력 2012-07-24 21:21
낙선. 첫 실패였다. 박명재(65) 전 행정자치부 장관은 지난 4월 총선에서 고향인 포항에서 무소속으로 출마했다 고배를 마셨다. 신앙적인 좌절과 위기가 닥쳐왔다.
“교회 앞에서 명함을 돌리는데 매몰차게 거절하던 성도들, 선거운동하다 너무 추워서 잠시 교회 현관 아래로 들어갔는데 내쫓던 사람들, 일방적으로 다른 후보를 응원하던 목사님. 저를 실망시키고 서운하게 한 사람들을 향해 원망하는 마음이 자라났습니다.”
지인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지금 방황하고 있습니다. 저를 위해 기도해주십시오.”
3개월 가까운 방황 끝에 뜻밖의 선물을 받았다. 시집간 딸이 김하중 전 주중대사가 쓴 ‘하나님의 대사’를 보내온 것. 이 책을 읽으며 큰 위안을 얻은 그는 김 전 대사를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기도를 요청했다. 김 전 대사가 받은 응답은 “너는 세상에서 복을 누리고 많은 일을 했다. 이제는 세속적인 일에 눈을 돌리지 말고 나를 위해 봉사하라. 나를 위해 할 일이 많다”였다. 마음의 평화를 다시 찾았다.
“이전에 저의 기도는 저의 성공, 가족의 성공, 조직의 성공을 위한 기도였습니다. 성공은 자기중심적이고 개인적이고 주관적인 것으로 남들의 박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이제는 성공 아닌 승리를 위한 기도로 바뀌었습니다. 승리하는 것은 선을 행하는 것이고, 하나님의 뜻을 펼치는 것이고, 남을 위한 것입니다. 낙선이라는 소중한 경험을 통해 나를 내려놓는 기회를 갖게 된 것이지요.”
박 전 장관은 하나님의 일, 하나님께 영광 돌릴 수 있는 일을 새로운 소명으로 받아들였다. 그동안 못 다했던 간증도 교회든 젊은이든 기회만 주어진다면 어디에서든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박 전 장관이 처음으로 강단에 올라 간증한 것은 행자부 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2007년 4월이었다. 그는 같은 해 2월 국민일보에 연재된 ‘역경의 열매’를 통해 독자들에게 처음으로 신앙을 고백했다. 고위직에 오르면 신앙을 감추던 세태와 달리 당당하게 신앙을 고백한 그의 용기는 신선한 충격이었다.
약국 사환으로 일하며 야간 고등학교에 다니고, 입주 과외를 하며 대학 학비를 벌고, 군 제대 후 처음 본 행정고시에 수석 합격하고 장관직에 오른 입지전적 스토리를 관통하는 삶의 원칙은 ‘기도와 감사’였다. 고시에 합격한 뒤에는 매일 광화문 정부중앙청사 19층까지 걸어 올라가 국무회의장 문고리를 잡고 기도했다. 장관이 된 뒤에는 국무회의석상에서도 눈을 감고 기도했다.
보도 후 전국 교회에서 간증 요청이 줄을 이었지만 바쁜 직무상 짬을 내지 못했다. 하지만 사랑의교회 오정현 목사의 거듭된 부탁은 거절하지 못했다. 4월 사랑의교회 특별새벽기도에서 처음으로 간증을 했다. CTS 방송에 출연해 간증했을 때는 제작진이 ‘기도와 감사로 이룬 하늘장관’이라는 영광스런 닉네임까지 붙여줬다. 장관에서 퇴임한 뒤 더 바빠졌다. 3년간 차의과대학 총장을 맡으면서 간증 요청에 제대로 응하지 못했고 이는 지금도 마음에 남아있다.
“저는 살아오면서 네 가지 큰 기적을 경험했습니다. 병약하셨던 어머니는 아들이 20세가 되는 40세까지만 살게 해 달라고 기도하셨는데 82세까지 사셨습니다. 제가 장관직을 마치는 것까지 다 보셨습니다. 형편이 너무 어려워 제발 고등학교에 갈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대학까지 마치고 대학총장까지 지냈습니다. 공무원이 되게 해 달라고 기도하며 공부한 지 7개월 만에 행시에 수석 합격했습니다. 청와대 비서관으로 있을 때 국무회의에 배석하면, 앞에 앉은 장관들과의 1m 간격을 넘어설 수 있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60여명 동기 가운데 저만 장관이 됐습니다.”
박 전 장관은 기적과 같은 삶 속에서 기도의 핵심과 요체를 확실하게 터득했다.
“하나님은 분명히 살아계시며 기도를 들어주십니다. 가장 아름다운 기도는 응답을 받을 때까지 기도하는 것입니다.”
낙선을 받아들이는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돌이켜보면 선거에 출마하면서 기도하고 준비한 게 아니라 준비한 다음에 기도를 한 게 잘못이었습니다. 하나님의 뜻을 묻고 갔어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던 것이죠.”
박 전 장관은 이제 다음과 같이 기도한다.
“나의 뜻이 아닌 주님의 뜻대로 하소서. 어떤 결과라도 하나님이 주신 결과에 순종하고 감사하겠습니다. 어떤 일을 이루든지 나의 능력이 아닌 주님의 능력으로 이루소서. 어떤 영광과 성취도 나의 것이 아닌 하나님의 것이 되게 해 주소서.”
송세영 기자 sysoh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