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장합동 산하 총신대 첫 여성부총장 김희자 “새시대 요청에 맞는 시대적 부름”

입력 2012-07-24 22:37


한국교회 양대 교단 ‘禁女의 문’ 열리다

한국 교회의 양대 교단에서 100년 넘게 닫혀 있던 빗장이 풀렸다. 예장합동 교단의 목회자 산실인 총신대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첫 여성 부총장이 탄생했다. 111년 만이다. 예장통합 교단에서는 총회 업무부서에서 100년 만에 첫 여성 총무가 배출됐다. 이른바 ‘금녀(禁女)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여성 목회자 리더십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총신대학교 부총장에 선임된 기독교교육과 김희자(58) 교수는 24일 오전 “총신대 학생들이 교회와 사회, 어느 곳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글로벌 총신’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총신대는 타 교단에 비해 여성의 교계 활동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예장 합동 측 학교라 이번 인사는 파격적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김 부총장은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맞는 시대적 부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부총장은 “남·녀의 구분 없는 변혁적 리더십으로 여성으로서의 책임이 아닌 교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취임한 김 부총장은 총신대가 현재 직면한 내·외부 문제에 대한 분명한 인식과 해법을 제시했다. 김 부총장은 총신대가 가진 역사적·신앙적 자산을 발전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과 과거의 영광에 빠져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내부 문제로 지적했다.

김 부총장은 문제 해결을 위해 실용과 융합의 원칙을 강조했다. 총신대 졸업생은 교계나 선교지, 일반 기업 어디에서든 바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부총장은 재임 기간 중 외국어 교육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 건학 이념인 ‘경건’과 ‘학문적 수월성’을 융합해 총신대 졸업자에 대한 교계와 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김 부총장은 “총신의 선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이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 돌트(Dordt) 대학 등 6개 외국 대학과 시행 중인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확대해 더 많은 학생에게 외국 유학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부총장은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을 기대로 해석했다. 김 부총장은 “총신은 지금까지 성(性)이라는 구분법으로 인해 인력 활용이 극대화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여성의 따뜻한 리더십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성과를 낸다면 성적 장벽에 막혀 있던 후배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1985년 총신대 기독교교육과 교수로 부임한 김 부총장은 교무처장과 교학처장 등을 역임했다. 이화여대와 총신대 신대원, 미국 칼빈신학대학원 등에서 학위를 받았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