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이가 ‘아이돌봄’ 서비스만 받았어도… 산양邑 ‘사각지대’
입력 2012-07-24 21:58
“아이돌봄 서비스를 알고 이용했더라면….”
저녁이 돼서야 집에 들어가도 돌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매일 늦는 아버지와 오빠, 집 나간 새어머니가 아이의 가족이었다. 학교 ‘돌봄교실’에서 숙제 지도를 받았지만 오후 5시까지였다. 지역아동센터를 이용했더라면 저녁식사라도 해결할 수 있었을 텐데 경남 통영시 산양읍에는 센터가 없다. 통영 초등학생 한아름(10)양은 이렇게 돌봄의 사각지대에서 외로워하다 이웃 아저씨에 의해 짧은 생을 마쳐야 했다.
한양의 소식을 접한 여성가족부 관계자는 24일 입술을 깨물었다. 한양에게 꼭 필요한 서비스가 바로 ‘아이돌봄 서비스’인데 한양 가족이 이 서비스를 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몰랐을 가능성이 크다. 시간제 또는 종일제로 ‘아이돌보미’가 양육자 대신 아이를 보살펴주는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2006년부터 시행, 2009년 전국으로 확대됐다. 소득에 따라 정부 지원도 받을 수 있다. 저소득 취업 한부모 가정의 아이인 한양은 지원 1순위에 해당된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그러나 적극적으로 알려지지 않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 탓이다. 지금도 넘치는 수요를 감당하지 못해 충분한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다.
올해 아이돌봄 지원사업 예산은 435억원. 지난 5월까지 3만1218가구가 이 서비스를 받았다. 여성부 관계자는 “서비스를 받으려는 사람은 훨씬 많다”며 “하지만 예산이 한정돼 있다 보니 서비스를 연계하는 ‘건강가정지원센터’에서 인원을 제한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부분 긴급하게 아이돌보미를 찾는데 지원이 힘들다고 하면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리게 되는 것이다. 센터에서는 지원자가 몰릴 때 ①저소득 취업 한부모 가정, ②취업 한부모 가정, ③맞벌이 가정, ④다자녀·장애아·장애부모 가정 순으로 아이돌보미를 배정하고 있다.
아이돌봄 지원사업은 소득과 상관없이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그러나 비용 지원은 최대 연간 480시간으로 제한된다. 매일 2시간씩 주 6회 야간 돌봄서비스를 받는다면 지원은 40주로 끝이다. 나머지 비용은 고스란히 가정에서 감당해야 한다.
서울 서대문구 건강가정지원센터 유영애 팀장은 “돌봄 서비스가 더 많이 필요한 가정에 충분히 지원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비용 지원 기간이 늘어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월 100만원으로 200시간 이용 가능한 ‘종일제 돌봄 서비스’는 3∼12개월 영아에만 한정된다. 지난해 말 기준 12개월 미만 영아 수는 45만5000여명. 하지만 지난해 종일제 서비스 이용 가구는 1204가구뿐이었다. 예산 부족으로 더 많은 지원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전국 가구 월평균 소득 60% 이하엔 50만∼70만원, 60% 초과엔 40만원씩 정부가 지원하고 있다.
여성부 김숙자 가족정책과장은 “예산을 늘려 종일제 서비스 이용 연령을 만 24개월 이하로 확대하고 소득에 따른 지원 대상도 늘리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수정 이영미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