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합동, 금녀의 문 열리다…총신대 여성부총장·통합총회 첫 여성총무 선임
입력 2012-07-24 17:56
[미션라이프] 한국 교회의 양대 교단에서 100년 넘게 닫혀 있던 빗장이 풀렸다. 예장합동 교단의 목회자 산실인 총신대학교에서는 개교 이래 첫 여성 부총장이 탄생했다. 111년 만이다. 예장통합 교단에서는 총회 업무부서에서 100년 만에 첫 여성 총무가 배출됐다. 이른바 ‘금녀(禁女)의 문’이 열리기 시작하면서 여성 목회자 리더십에 대한 교계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통합, 국내선교부 총무에 남윤희 목사 선임
예장통합총회 임원회가 열렸던 지난 20일 오후, 서울 연지동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 3층의 한 사무실에서 “와~”하는 환호가 터졌다. 국내선교부 총무에 선출된 남윤희(45·여) 목사가 임원회 인준까지 무사히 마쳤다는 소식이 전해진 것이다.
“교단의 선교정책을 책임지는 부서를 이끌어가야 한다고 생각하니 부담이 큽니다.”
24일 만난 남 신임 총무는 ‘총회 사상 첫 여성 총무’라는 타이틀에 무거운 책임감을 느끼는 듯 했다. 1912년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가 창립된 이래 100년 동안 교단 총회내 업무 부서에서 여성 총무가 배출된 적은 단 한번도 없었다. 남 총무 선출에 총회 임직원들과 교계에서도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다.
지난 23일부터 업무를 시작한 남 총무는 여기저기서 걸려오는 축하전화를 받느라 바빴다. “여러 선후배 분들이 ‘이번 기회에 총회가 뭔가 새로워질 것 같다’는 기대를 많이 갖고 계시더라고요.” 꼼꼼하고 섬세한 업무 처리와 서로 보듬고 아우를 줄 아는 여성 특유의 리더십에 대한 기대감인 것 같다고 설명했다.
남 총무는 앞으로 4년 동안 역점을 두고 펼쳐 나갈 부서 사업에 대해 속도위반을 경계했다. “당분간은 기존에 해왔던 사업들의 토대 위에 내용을 차근차근 채워 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먼저 그 일부터 충실하게 해 나가겠습니다.” 향후 개교회의 선교 활동에 대해서는 ‘기본기’를 강조했다. “교회 목회자와 성도들의 기본적인 신앙이 먼저 탄탄하게 서 있지 않으면 다른 선교활동은 사상누각이 될 수밖에 없어요.” 지난 8년간 총회 사역을 포함, 모두 22년 동안 선교 현장과 교회 부교역자 등으로 활동하며 깨달은 점이다.
남 총무는 지난 8년 동안 국내선교부에서 ‘다원선교’ 정책 분야를 주로 다뤘다. 병원의료·비기독교학교·외국인근로자·다문화가족·새터민(탈북자) 선교 등이다. 남 총무는 특히 이들 선교분야의 전문인력 양성과 목회자 수급 정책을 상호 접목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새터민이나 다문화가정, 외국인근로자 선교 등을 전담하는 목회자가 더욱 절실해지는 시대입니다. 동시에 목회자 후보생들이 넘쳐나는 상황입니다. 이들 후보생들을 ‘다원선교’ 분야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훈련하고 양성하는 정책을 마련할 계획입니다.”
총신대, 부총장에 김희자 교수 임명
총신대학교 개교 이래 첫 여성부총장이 탄생했다. 부총장에 선임된 이 학교 기독교교육과 김희자(58·사진) 교수는 23일 오전 “총신대 학생들이 교회와 사회, 어느 곳에서도 신뢰받을 수 있는 ‘글로벌 총신’으로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총신대는 타 교단에 비해 여성의 교계 활동에 대해 보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 예장 합동 측 학교라 이번 인사는 파격적이라는 것이 안팎의 평가다. 하지만 김 부총장은 새로운 시대의 요청에 맞는 시대적 부름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부총장은 “21세기 총신에 요구되는 리더십은 남·녀의 구분 없는 변혁적 리더십”이라며 “여성으로서의 책임이 아닌 교수로서의 책임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0일 취임한 김 부총장은 취임 당시부터 총신대가 현재 직면한 내·외부 문제에 주목할 것을 주장했다. 김 부총장은 총신대가 가진 역사적·신앙적 자산을 발전적으로 활용하지 못하는 점과 과거의 영광에 빠져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를 따라잡으려는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내부 문제로 지적했다.
과제 해결을 위해 김 부총장이 주목하는 것은 실용과 융합이다. 총신대 졸업생은 교계나 선교지나 일반 기업 어디에서든 바로 쓰임 받을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김 부총장은 재임 기간 중 외국어 교육에 매진할 예정이다. 또 건학 이념인 ‘경건’과 ‘학문적 수월성’을 융합해 총신대 졸업자에 대한 교계와 사회의 신뢰도를 높이는 방향을 모색 중이다.
김 부총장은 “총신의 선교 네트워크를 활용해 학생들이 국내 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자신의 사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최적의 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미국 아이오와주 돌트(Dordt 대학) 등 6개 외국 대학과 시행 중인 교환학생 프로그램도 확대해 더 많은 학생에게 외국 유학 경험을 제공할 계획이다.
김 부총장은 ‘최초’라는 수식어에 대한 부담을 기대로 해석했다. 김 부총장은 “총신은 지금까지 성(性)이라는 구분법으로 인해 인력 활용이 극대화 되지 못했던 것도 사실”이라며 “여성의 따뜻한 리더십이 시대적 요구에 부응해 성과를 낸다면 성적 장벽에 막혀 있던 후배들이 제 역량을 마음껏 발휘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여성 후배들의 롤(역할)모델이라기보다 경건성과 전문성을 겸비한 학자로 총신의 모든 후배들에게 도전과 귀감을 주고 싶다”고 김 부총장은 자신의 포부를 밝혔다. 박재찬 기자 jeep@kmib.co.kr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