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낮은 사람에게서 더 많이 챙기는 은행
입력 2012-07-24 18:43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담합 의혹에 이어 은행들의 부도덕한 행태가 속속 드러나고 있다. 감사원이 엊그제 발표한 ‘금융권역별 감독 실태’ 결과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개인신용대출 금리를 매길 때 학력에 따라 차별을 뒀다. 고졸 이하 대출자에게는 13점을 주고 석·박사 학위자에게는 54점을 줬다고 한다. 이렇게 해서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이 은행은 학력이 낮은 대출자 7만3796명으로부터 이자 17억원을 더 챙겼다. 이 기간에 1만4138명은 개인신용대출을 신청했다가 학력이 낮아 아예 돈을 빌리지 못했다. 배우지 못한 것도 서러운데 은행으로부터 문전박대까지 당했다.
금융기관들은 개인에게 신용대출을 해줄 때 자산이나 소득, 직업 등 다양한 평가기준에 따라 금리를 결정한다. 신용도가 높은 고객은 낮은 금리로 우대해줘 돈을 많이 빌려가게 하고, 신용도가 나쁜 고객은 금리를 높게 해 부실화될 경우에 대비한다. 하지만 감사원 지적대로 학력은 이미 급여나 직업 등을 통해 신용평가에 반영돼 있는 만큼 학력에 따라 대출금리를 달리한 것은 엄연한 이중차별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학력 차별 없는 사회를 만들겠다며 고졸 채용을 늘리라고 주문했고, 이에 따라 공공기관과 대기업들이 고졸 인력 채용을 늘려가는 상황에서 금융기관들이 여전히 구태의연한 잣대를 들이대는 것은 문제다.
시중은행들은 예금할 때나 대출할 때 기준이 되는 한국은행 기준금리가 내려가자 이런 식으로 온갖 명목의 가산금리를 신설하거나 올리는 수법으로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1조원이 넘는 이자수익을 챙겼다. 가계와 기업은 저금리 혜택을 못 본 채 은행들의 배만 불렸다. 은행들은 서민을 상대로 한 이자놀이로 지난해 사상 최대 순이익 잔치를 했다.
금융기관들의 부정을 가려내고 감독해야 할 금융감독원은 오히려 이를 승인해줬다. CD 금리 담합 의혹은 공정거래위원회가 제기했고, 시중은행들의 비리는 감사원이 들춰냈다. 금감원은 뭘 하고 있는지 모르겠다. 한통속이 돼서 은행들을 감싸고 변호해주라고 있는 조직이 아니다.
대출계약서의 만기를 조작해 경찰 수사를 받고 있는 국민은행에서는 대출계약서의 서명까지 위조한 것으로 드러나 고객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대출금액도 8배나 부풀려졌다고 하니 누가 서명을 위조하고 금액을 고쳤는지 철저히 파헤쳐 엄벌해야 한다. 믿고 돈을 맡기는 곳이 은행인데, 그런 은행이 고객 몰래 문서를 위조한다면 누가 돈을 맡기고 빌리겠는가. 이런 상황에서 금융노조는 7% 임금인상과 노동시간 단축 등을 요구하며 오는 30일 총파업을 벌인다. 탐욕에 눈이 먼 은행들이 반성은커녕 ‘제 밥그릇 챙기기’에 나서는 모양새가 보기 안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