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오경아] 아름다운 농촌의 모습
입력 2012-07-24 18:45
유럽의 시골 풍경은 아름답다. 나무, 하늘, 강만이 아름다운 게 아니라 농부들이 일구고 있는 밭과 농장이 한결같이 동화 속처럼 예쁘다.
우리 시골은 좀 다르다. 경치만으로는 뒤질 리 없다. 한 폭의 수채화 같은 산, 푸른 하늘과 풍성하게 흐르는 강. 그런데 농가와 비닐하우스로 가득 찬 농토는 아름다움과는 거리가 있다. 물론 역사적 배경과 땅이 지닌 성품, 생활방식까지 다르다. 하지만 이제는 우리의 시골도 변해야 한다.
유럽의 시골이 아름다운 동화가 된 건 18세기 ‘어떤’ 일이 있었기 때문이다. 유럽의 18세기는 낭만주의라는 문화사조가 찾아왔던 시기로, 특히 영국에서는 모든 것을 질서와 형태 속에 가두었던 바로크를 거부하며 자연 속에서 자유를 찾는 문화가 거세진다. 이런 자유의 낭만이 꽃을 피운 곳이 ‘정원’이었다.
유럽 역사에서는 한 번도 없던 구불거리는 오솔길이 등장하고 인공호수를 자연호수처럼 만드는 영국식 풍경 정원이 탄생한 것도 여기서 비롯됐다. 정원문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시골로 파고들어 가축을 키우고, 채소와 과일을 수확하는 곳에도 ‘잘 장식된 농장’이라는 개념이 등장한다.
도시의 건물처럼 크고 화려한 것이 아니라 소박하지만 장인의 숨결이 느껴지는 농장 건물을 짓고, 채소를 키우는 키친가든과 과수원을 아름답게 만들기 시작했다. 영국에서 시작된 이 문화는 프랑스에서 절정을 맞는다.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가 만든 농장 ‘Petit Hameau’가 있다. 베르사유에 만들어진 이곳은 무늬만 농장이 아니라 진짜 가축을 기르고, 채소와 과일을 수확했던 현장이었다. 앙투아네트는 이곳에서 프랑스 혁명이라는 거대한 소용돌이를 피해 숨어 지냈고, 진정으로 이 농장에서 보내는 시간을 좋아했다.
‘잘 장식된 농장’이라는 개념은 그때부터 지금까지 유럽의 시골문화를 이끌어가고 있는 큰 힘이다. 문화적 배경이 사치에 있었든, 낭만에 있었든 이 문화의 확산으로 유럽은 아름다운 시골을 지닐 수 있었다. 먹고살기 힘든데 예쁜 걸 찾을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반박하면 우리의 시골은 여전히 지금의 모습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우리도 아름다운 시골을 갈망하고 그곳을 찾아가고 싶어 하는 열망이 높다. 비단 예쁜 걸 보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막막한 시골의 경제상황을 풀 해답 하나가 혹시 아름다운 시골, 여기에 있을지 모를 일이다.
오경아 (가든 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