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진홍] 스폰서 기업과 올림픽

입력 2012-07-24 18:45

적자 올림픽에서 흑자 올림픽으로 돌아선 것은 1984년 LA올림픽 때부터다. 성대하게 치르느라 1980년 모스크바 올림픽 땐 90여억 달러나 들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1984년 올림픽을 유치하겠다고 나선 도시는 LA 한 곳뿐이었다.

LA올림픽 총책임자는 피터 위버로스. 상황은 매우 나빴다. 올림픽이 재정적자로 이어지는 것을 봐온 미 정부와 LA시가 한 푼도 지원해줄 수 없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임대료를 받지 못할지 모른다는 건물주들의 우려로 인해 올림픽조직위원회 사무실을 구하기도 힘들었다.

이때 그는 ‘올림픽으로 올림픽에 필요한 것을 조달하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세계인이 함께 즐기는 초대형 행사인 만큼 기업들에 광고 효과를 보장해주는 대가로 올림픽 개최에 필요한 자금과 설비 등을 지원받자는 생각이었다. 곧바로 실행에 들어갔다. 스폰서 기업을 30개로 제한하자 내로라하는 기업들이 거액의 찬조금과 최고의 설비 제공을 약속하며 몰려들었다.

콧대를 세운 기업도 있었다. 당시 컬러 필름으로 유명했던 코닥이다. 코닥은 유명세에 취해서인지 계약 과정에서 적은 액수를 고집하다 올림픽 독점 필름 찬조권을 후지필름에 뺏기는 바람에 LA올림픽 이후 필름시장에서 고전했다.

그는 또 모든 방송사들에 무료로 제공됐던 TV 중계권을 한 방송사가 독점하는 방식으로 바꿨다. 그리고 방송사들끼리 경쟁하도록 만들어 독점 중계권을 높은 가격에 팔았다.

이렇게 해서 LA올림픽은 그야말로 성공리에 치러졌다. 순이익만 1억5000만 달러에 달했다. 이후 열린 올림픽이 ‘밑지는 장사’가 아니라 ‘엄청나게 남는 장사’로 자리 잡게 된 것은 순전히 위버로스 덕분이다.

런던 올림픽이 28일 오전(한국시간) 개막된다. 런던 올림픽의 스폰서 기업은 아디다스와 코카콜라 등 11개다. 이들이 낸 돈은 2조5000억원 가량이다. 이번에도 국제올림픽위원회와 런던올림픽조직위원회가 스폰서 기업의 ‘특권’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하지만 좀 과잉인 듯하다. 돈을 내지 않은 기업들은 물론 작은 상점들까지 ‘올림픽’이란 단어조차 쓰지 못하게 단속하고 있다. 코카콜라를 위해 펩시콜라 로고가 새겨진 셔츠를 입고는 경기장에 들어갈 수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때문에 런던 시민들의 불만이 쌓여가고 있다는 소식이다. 스폰서 기업 보호도 좋지만, 올림픽 정신에 어긋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김진홍 논설위원 j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