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여직원들 “성희롱 당해도…”
입력 2012-07-23 19:31
서울의 한 새마을금고에 다니는 김모(26·여)씨는 최근 회식 자리에서 사장과 둘이 남게 됐다. 사장은 갑자기 김씨 옆으로 오더니 손을 잡고 입을 맞추려 했다. 김씨는 싫다고 뿌리쳤지만 사장이 집요하게 요구하는 바람에 가까스로 피했다.
경기도 소재 한 신협 직원인 이모(27·여)씨는 심한 몸살에 시달리면서도 주말에 등산을 해야 했다. 조합 상무의 지시를 따라야 했기 때문이다. 얼마 전에는 임원 한 사람과 금고에 함께 들어갔다 기습 포옹을 당하기도 했다.
제2금융권에 근무하는 여직원들이 성희롱이나 부당지시 등에 시달리면서도 숨기기에 급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일반적으로 금융권은 여성 직원이 많아 이런 피해가 적지만 제2금융권은 여전히 사각지대라는 것이다.
지방에 주로 많은 제2금융권 사업장은 10∼15명의 소규모가 대부분이어서 조직 간 이동이 거의 없는 데다 임직원 대부분이 서로 잘 알고 지내는 ‘동네 사람’인 경우가 많다. 따라서 부당한 지시나 성희롱을 당해도 신고를 꺼리게 된다. 성추행을 경험한 이씨는 “남자 임원들은 틈만 나면 여직원들을 불러내 등산이나 회식을 강요한다”며 “임원들이 지역 유지이자 인사권자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따라야 한다”고 호소했다.
이에 대해 신협 중앙회 노조 관계자는 “1000여곳에 이르는 소규모 사업장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파악하기 어렵다”며 “중앙회는 개별 사업장에 직접 관여하지 않아 대형 사건이 아니면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국여성의전화 이화영 소장은 “제2금융권은 사업장도 작은 데다 성희롱 가해자와 오랫동안 서로 얼굴을 맞대고 일하는 특수성 때문에 성희롱에 노출돼도 문제제기는 어려운 구조”라고 지적했다.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연맹 김금숙 부위원장은 “소규모 단위업체에서 발생하는 성희롱에 대한 정부 차원의 감시·감독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신상목 기자 smsh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