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국채금리 年 7% 또 돌파… 국제 금융시장 흔들
입력 2012-07-24 00:33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가 ‘심리적 마지노선’인 연 7%를 넘어 사상 최고치로 치솟자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거렸다. 스페인이 전면 구제금융을 필요로 할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코스피지수도 투자심리 위축으로 1800선을 내줬다.
23일 블룸버그·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스페인의 10년 만기 국채금리는 이날 장중 7.57%까지 솟아오르며 유로존 출범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스페인 국채금리는 지난 11일부터 8거래일 상승하며 19일부터 7%대를 유지하고 있다. 장기 국고채의 금리가 급등(채권값 하락)한다는 것은 해당 국가의 자금조달 능력이 떨어져 부도 위험이 커졌음을 의미한다.
특히 국채금리 7%는 국제사회에서 한 나라의 재정위기를 판단하는 기준값으로 통용된다. ‘피그(PIG·포르투갈, 아일랜드, 그리스)’는 최근 1∼2년간 10년 만기 국채금리 7% 돌파 이후 자금 수혈을 요청했다. 그리스는 2010년 4월, 아일랜드는 2010년 11월 국채금리가 7%를 초과하자마자 유럽연합(EU)과 국제통화기금(IMF)에 손을 내밀었다. 포르투갈도 2010년 11월 국채금리가 7%를 넘어섰고, 지난해 5월 EU와 IMF로부터 자금지원을 받았다.
스페인 역시 이들 3국의 뒤를 따를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지난달 유로존 재무장관들이 스페인 은행권에 최대 1000억 유로를 지원하기로 합의했지만 그 이후에도 국채금리가 7%를 상회하고 있기 때문이다. 김병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7% 이상의 금리를 붙여 국채를 발행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해당 국가가 돈을 빌릴 방도가 없다는 방증으로 읽힌다”고 설명했다.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고공질주를 벌이면서 미국 등 전 세계의 투자심리도 지난 주말부터 얼어붙는 추세다. 국내 투자자들도 영향을 받았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코스피지수는 전 거래일보다 33.49포인트(1.84%) 급락, 1789.44로 장을 마쳤다. 코스피지수는 개장 직후부터 큰 폭으로 떨어지면서 한때 1780까지 하락했었다. 코스피가 종가기준으로 1800선을 밑돈 것은 지난 18일(1794.91)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일본 중국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이날 큰 폭으로 하락했다.
중국의 3분기 성장률이 2분기에 못 미칠 것이라는 전망이 퍼진 탓도 있었지만 증권가는 보다 중요한 급락 요인으로 유럽 재정위기의 재부각을 꼽았다. 스페인 발렌시아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에 구제금융을 신청한 소식도 악재였다.
전문가들은 스페인의 국채금리가 7%를 하회하지 않는 한 당분간 국제 금융시장 불안은 수그러들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학승 동양증권 연구원은 “국채금리 7%는 스페인이 위험하다는 판단을 할 수 있는 상징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임노중 솔로몬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스페인 지방정부에 대한 지원이 유로존 차원의 수혈로 확산되면 악재는 더욱 커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경원 기자 neosar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