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잠수교 ‘운전자 범칙금 먹는 하마’

입력 2012-07-24 00:24


1년 동안 서울 잠수교에서 적발되는 속도위반 범칙금 액수가 9억원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속도가 바뀌는 구간인데도 사전 눈에 띄는 안내표지판 없이 과속 단속 카메라가 설치된 곳에서 단속 건수가 많았다. 이에 따라 경찰이 과속을 예방하려는 노력보다는 ‘단속을 위한 단속’에 급급한 게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23일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최근 3년간 서울시내 단속카메라 설치구역 중 속도위반 최상위 20곳’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잠수교(서빙고 방면)남단 450m지점에서 6478건에 4억7374만5000원, 950m지점에서 6391건에 4억4659만원을 부과해 한 해 동안 잠수교에서 부과한 범칙금만 총 9억2000만원이나 됐다. 올해도 잠수교 남단 200m 지점 한 곳에서만 6668건, 4억6274만원이 적발됐다. 지난해부터 잠수교가 보행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제한속도가 시속 30~40㎞로 급격히 낮아진 것을 운전자들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게다가 반포대교 남단에서 잠수교 쪽으로 진입할 때 뚜렷한 사전 안내 없이 제한속도가 시속 60㎞에서 갑자기 30㎞로 줄어들면서 운전자들이 속수무책으로 걸려들고 있다. 이 지점에선 단속 건수에 비해 범칙금 부과액수가 다른 곳보다 월등히 많은 것도 제한속도를 크게 초과한 차량이 그만큼 많았다는 의미다. 2010년에는 서울 목5동 양정중학교 앞(이대병원→오목교)에서 부과된 범칙금이 4억9081만원으로 1위를 차지했다.

단속건수로 보면 서울 개포1동 산53(내곡터널→구룡터널 북단) 지점이 2010~2011년 서울시내 과속 단속 건수 1위를 차지했다. 이 지점은 2010년에는 9354건, 2011년 9885건의 과속차량을 적발했다. 이 지점에서 부과한 범칙금도 2010년 3억8982만원, 2011년에는 4억6301만원이나 됐다. 올해 6월까지도 3835건에 1억7334만원이 부과됐다. 이 지점은 경기도 분당에서 서울로 진입하는 길목으로 최고속도가 시속 90㎞에서 80㎞로 바뀌는 구간이다.

올 들어 6월 말까지는 서울 용두동 255-119 마장램프 출구(월곡램프→사근램프) 지점이 7724건 적발에 범칙금 3억4260만원으로 1위를 달리고 있다. 지난해 새로 무인카메라가 설치된 이곳은 제한속도가 바뀌는 내부순환로 출구 쪽으로 단숨에 단속 건수 1위가 됐다.

현행 도로교통법에 따르면 승용차를 기준으로 제한속도를 시속 20㎞ 이하로 초과하면 3만원, 20~40㎞ 6만원, 40~60㎞ 9만원이다. 제한속도를 시속 60㎞ 초과하면 12만원의 범칙금 처분을 받는다.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이수범 교수는 “같은 도로면서도 행정구역이 달라 제한속도가 달라지는 지점에서 속도위반 단속이 이뤄지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범칙금 등 규제에만 치우치지 말고 교통표지판 개선이나 운전자의 의식을 전환시키는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김미나 기자 min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