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레길 살해’ 범행 자백… 인근 대밭서 시신 발견
입력 2012-07-24 00:21
제주 올레길 여성 관광객 강모(40·서울)씨 실종·살해사건을 수사 중인 경찰은 유력한 40대 용의자를 23일 오전 긴급체포한 데 이어 그로부터 범행일체를 자백받았다.
제주지방경찰청 수사본부는 피의자 강모(46·제주 서귀포시 성산읍)씨의 진술에 따라 숨진 강씨의 시신을 서귀포시 성산읍 시흥리 두산봉을 우회하는 농로 인근 대나무밭에서 발견, 수습했다. 시신 발견 장소는 범행 장소로 추정됐던 올레1코스에서 걸어서 10분 정도 떨어진 곳이었다. 시신은 옷 일부가 탈의된 채 부패한 상태였다. 경찰은 성폭행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시신을 부검할 계획이다.
앞서 제주지방경찰청 나원오 수사과장은 이날 오전 중간브리핑을 통해 “관광객 강씨를 살해한 혐의로 용의자 강씨를 오전 6시10분 용의자 신분으로 긴급체포했다”고 밝혔다.
직업이 없이 제주도에서 살고 있는 피의자 강씨는 2008년 특수강도 혐의로 구속된 전과가 있으며 미혼인 상태다.
릐범행 동기 및 경위 추궁=관광객 강씨를 살해한 피의자 강씨는 “올레코스를 걷던 중 강씨가 나를 성추행범으로 오해하고 신고하려 해 핸드폰을 빼앗으려는 과정에서 우발적으로 살해했다”고 자백했다. 그는 지난 12일 당뇨 때문에 운동하러 올레코스에 갔으며, 이날 오전 8~9시 올레1코스에서 숨진 강씨와 마주쳤다고 진술했다.
피의자 강씨는 피해자 강씨를 뒤에서 목 졸라 살해했고, 이어 당일 오후 차량을 이용해 시신을 대나무밭으로 옮겼다는 것이다. 강씨는 시신을 유기한 후 이튿날인 13일 다시 그곳으로 찾아가 주위에 있는 흙을 이용해 시신을 묻었다.
그러나 경찰의 추적수사가 계속되자 심리적 압박을 받은 강씨는 수사 혼선을 노려 19일 두꺼운 커터 칼을 이용해 강씨 시신의 오른 손목을 잘랐다. 이어 다음날인 20일 구좌읍 만장굴 정류장 의자 위에 이를 옮겨 일부러 보이도록 놔뒀다.
경찰은 피의자 강씨가 시신을 유기했다고 지목한 장소에서 숨진 강씨의 시신을 이날 오후 6시30분쯤 발견했다.
경찰은 피의자 강씨의 진술이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판단, 정확한 살해 경위와 성폭행 여부 등을 집중 추궁하고 있다. 경찰은 강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는 한편 시신 부검을 통해 정확한 사망 원인을 규명할 방침이다.
릐목격자 제보가 결정적=피의자 강씨가 경찰에 긴급체포된 것은 목격자 제보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올레1코스를 걷고 있었던 한 목격자는 자신보다 앞서 40대 남성이 가고 있었다고 경찰에 제보했다.
경찰은 피의자 강씨를 포함해 용의선상에 오른 3∼4명을 대상으로 탐문수사와 전화통화 내역, 도로변 CCTV 화면분석 작업을 벌여 왔다.
경찰은 참고인 조사를 받았던 용의자 강씨가 잠적하자 그를 추적해 사건이 발생한 시흥리에서 붙잡은 뒤 보강수사를 벌였으며, 이날 오전 긴급체포했다.
한편 피의자 강씨가 살고 있는 시흥리의 주민들은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다. 주민들은 “강씨가 마을을 떠나 산 적이 많아 자세히 아는 사람은 드물다”며 “그동안 마을이 올레1코스에 위치해 있어 여러모로 혜택을 받아 왔는데 이런 사건이 일어나 너무 놀랍고 무섭다”고 말했다.
제주=주미령 기자 lalij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