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라공조 상장폐지 무산… 국민연금, 공개매수 불참

입력 2012-07-23 22:22

국민연금공단이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상장폐지에 제동을 걸었다. 국민연금 기금운용본부는 23일 오후 투자위원회를 열고 비스티온의 한라공조 주식 공개매수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한라공조의 기업가치와 향후 성장성을 검토한 뒤 기금의 장기 투자수익률 제고를 위해 공개매수에 응하지 않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국민연금의 지분을 공개매수한 뒤 한라공조를 상장폐지하려던 비스티온의 구상은 사실상 무산됐다.

미국 자동차 부품업체인 비스티온은 한라공조의 지분 69.99%를 가진 최대주주다. 비스티온은 기관 투자가와 개인 소액 주주로부터 한라공조 주식을 공개매입한 뒤 지분율을 95%까지 끌어올려 회사를 상장폐지하겠다고 지 5일 밝혀 한라공조 2대 주주(지분율 8.10%)인 국민연금의 태도가 관심을 끌었다.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상장폐지하려면 전체 주식의 95% 이상을 사들여야 한다.

국민연금이 비스티온 지분을 계속 보유키로 한 것은 핵심 기술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한 차원으로 알려졌다. 한라공조 공장이 있는 대전·평택 지역구의 국회의원들은 전광우 국민연금 이사장을 만나 주식을 팔아서는 안 된다는 의견을 전달하기도 했다. 외국계 회사에 지분을 넘기면 국부가 유출된다는 논리였다. 또 한라공조 노동조합은 비스티온이 한라공조를 비상장사로 전환한 다음 이익 잉여금을 빼내가고 인력을 구조조정하는 등 기존 경영권을 흔들 수 있다며 주식 공개매수에 강하게 반대해 왔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비스티온이 제시한 공개매수(주당 2만8500원)에 응했다면 거둘 수 있었던 1000억원 안팎의 시세 차익을 포기한 것을 놓고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도 있다. 사회적 책임투자 컨설팅회사인 서스틴베스트의 류영재 대표는 “국민연금은 재무적 투자자로서 역할을 충실히 해야 한다”며 “자본의 국적성에 얽매이기보다는 최적의 수익률을 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연금의 공개매수 불참 소식에 한라공조 주가는 전 거래일보다 2.74% 하락한 2만485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영미 기자,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