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우 당국대처 무능했다” 흉흉한 베이징 민심

입력 2012-07-23 19:47

‘사망자 37명, 이재민 190만명, 100억 위안(약 1조8000억원) 손실….’

중국 관영 언론이 23일 보도한 수도 베이징의 ‘7·21 폭우’에 따른 피해 상황이다. 1951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대 강우량이라고는 하지만 시간당 160㎜(21일 베이징시 평균 강우량)의 비에 당한 것 치고는 피해 정도가 심각하다.

웨이보에는 무능한 당국을 질타하는 글이 올라오는 등 민심이 흉흉하다. 이달 초 베이징 당서기직을 맡은 궈진룽(郭金龍)도 시험대에 올랐다. 궈진룽은 시 행정력을 총동원해 긴급 대응에 나섰다. 그는 “이번 재해가 국내외적인 관심사가 되고 있다”며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특히 이번 폭우 피해를 지난해 발생한 ‘7·23 원저우 고속철 참사’에 빗대는 시각이 대두되면서 당국이 불편해 하고 있다. “베이징 37명, 원저우 40명”이라며 이번 재해 피해자 숫자를 원저우 고속철 참사 때와 비교한 것. 23일 오전까지 900만명이나 되는 네티즌이 시나 웨이보 상에 분노를 터트렸다고 AFP통신이 보도했다. 이들은 주로 사전 경보 부족, 배수시설 불량 등을 비판했다. 올 하반기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 개최를 앞두고 수도 베이징에서 대형 재해가 발생한 것도 부담스럽다.

이처럼 단기간 폭우에 걷잡을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한 것은 배수와 하수처리 용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베이징은 연평균 강수량 600∼800㎜로 비교적 건조한 편에 속해 배수 용량을 충분하게 설계하지 않아 이번 폭우로 시내 저지대에선 물이 1m 이상 차올라 도로가 강을 이룰 정도였다.

이 같은 실정이다 보니 시내에서 차를 몰고 가던 운전자가 갑자기 불어난 물에 차에서 빠져 나오지 못한 채 익사하는 상황이 발생하기도 했다. 사망자 37명 중 범람한 물에 빠져 변을 당한 사람이 25명이나 되는 게 이러한 상황을 잘 말해준다.

관영 매체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 고립된 시민들을 구조하다 감전사한 파출소장, 긴급대책회의를 주재하다 심장병으로 순직한 진장(鎭長) 등 의로운 죽음을 미화하는 보도를 내놓고 있다.

베이징=정원교 특파원 wkc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