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시리아반군 지원 강화 급선회… 이란 무기·석유 정부군 유입 차단에 주력
입력 2012-07-23 22:01
미국 정부가 시리아 전략을 새로 짜고 있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시리아 제재 결의안이 러시아와 중국의 반대로 무산되자 외교적 해법을 포기하고 반군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급선회하고 있는 것. 국가보안청 폭탄공격을 받은 이후 반군의 공세에 주춤하던 정부군은 주말 대반격에 나서 양측 간 치열한 교전이 이어지고 있다.
◇CIA 요원 전진배치=미 정부는 시리아 반군에 야전 통신훈련과 관련 장비를 지원할 계획이라고 뉴욕타임스가 2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미 중앙정보국(CIA) 요원들은 터키 접경지대에 전진배치돼 터키와 사우디아라비아 등 반군을 지원하는 국가들과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미 정부는 또 매일 고위급 모임을 열고 바샤르 알 아사드 정권 붕괴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검토하고 있다. 리언 패네타 국방장관은 수일 내로 에후드 바라크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시리아 무기시설 처리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토머스 도닐런 국가안보보좌관도 최근 이스라엘 국방부 관계자와 만나 시리아 사태를 논의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미국이 아사드 정권의 붕괴를 앞당기기 위해 이란산 무기와 석유가 시리아로 흘러드는 것을 차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공급로는 항공로와 해상로 두 곳이다. 미국은 최근 이란 민항 수송기가 무기를 시리아로 운송하고 있다는 첩보를 입수한 이후 이라크 영공을 차단했다. 바닷길로는 걸프만에서 수에즈 운하를 통해 시리아로 들어오는 석유를 차단하기 위해 이곳을 관리하는 이집트와 협의 중이다. 수에즈 운하는 홍해와 지중해를 연결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시리아 난민 지원을 늘리며 아사드 정권을 한층 더 압박하고 있다. 아랍연맹(AL) 외무장관들은 23일 카타르 도하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시리아 난민을 위해 1억 달러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AL은 또 아사드가 하야할 경우 안전한 도피처를 마련하겠으니 권력을 포기하라고 촉구하면서 자유시리아군과 야당에 과도 거국정부 구성을 요청했다.
유럽연합(EU) 27개국 외무장관도 이날 브뤼셀에서 회의를 열고 시리아 난민 지원금을 현재보다 2000만 유로 늘려 총 6300만 유로를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또 시리아로 수출되는 무기가 실린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이나 비행기의 검색을 강화하고 친정부인사 26명과 기업 3곳의 자산을 동결한다고 덧붙였다.
◇양측 간 기세 싸움 치열=다마스쿠스 교전 8일째인 22일 시리아 정부군은 총공세를 펼쳐 이 지역 일부를 다시 장악했다. 정부군은 이날 공격용 헬기와 탱크를 동원해 다마스쿠스 북동부의 바르제와 서부 메제 지역을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바르제 탈환에는 아사드 대통령의 동생인 마헤르 알 아사드가 이끄는 최정예 제4기갑사단이 선두에 섰다고 시리아인권관측소가 밝혔다. 목격자들에 따르면 정부군은 메제에서 반군을 지원한 민간인 20명을 처형했으며 바르제에서도 7명을 처형했다. 이날 교전으로 시리아 전역에서 123명이 숨졌다.
반면 반군은 제2도시인 북부 알레포 인근 육군보병학교를 장악하고 장교들을 포로로 잡았다. 지난 1월 터키로 망명한 무스타파 알셰이크 준장은 로이터통신과의 통화에서 “학교에는 보급창과 무장방어 기지가 있다”면서 “반군이 알레포를 방어할 수 있는 전략적 거점을 확보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알아라비야방송은 아사드 대통령이 처남의 생일에 웃으며 축가를 부르는 동영상이 인터넷에 공개됐다고 보도했다. 반군이 공개한 이 동영상의 촬영 날짜는 지난해 8월로 시위대에 대한 유혈진압이 확산되던 시기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