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軍, 안전성 논란 수직이착륙기 12대 日배치 강행
입력 2012-07-24 00:26
미국이 안전성 논란에 휩싸인 수직이착륙기 MV-22 오스프리의 일본 배치를 강행했다. 아사히신문은 23일 미군이 오스프리 12대를 민간 수송선에 실어 일본 남서부 야마구치현 이와쿠니(岩國)시의 미군기지로 반입했다고 보도했다.
이와쿠니시 주민 130여명이 하역 현장에서 고무보트 10척을 타고 접근해 “우리는 위험한 오스프리를 원치 않는다”고 외치며 해상 시위를 벌였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후쿠다 요시히코 시장은 “안전성이 확인될 때까지 오스프리 배치를 연기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정부가 수용하지 않아 불신감과 분노를 느낀다”고 말했고, 니이 세키나리 야마구치현 지사는 조만간 도쿄 방위청을 항의 방문할 것이라고 밝혔다.
와타나베 슈 방위성 차관도 “미국이 이 문제를 강행하면 장기적으로 두 나라 사이의 우호관계에도 문제가 될 것”이라고 우려를 표명했다. 방위성은 이번 주말 오스프리의 안전성을 점검하기 위해 전문가들을 미국에 파견할 계획이다.
오스프리는 2007년 말 이라크에 처음 투입된 이래 미 공군과 해병대에 배치되고 있는 ‘틸트로터’(Tilt Rotor·프로펠러를 이용한 수직이착륙비행선) 방식의 수송기로 미 보잉사와 벨 헬리콥터사가 공동 개발했다. 미 해병대의 주력 수송기인 ‘CH-46E 시나이트’에 비해 더 많은 인원을 태우고 더 빠르게 더 먼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 미군이 유사시 증원군을 한반도나 중국 쪽으로 신속하게 이동시키기 위해 오스프리를 실전 배치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스프리가 개발과정에서만 4번의 추락 사고를 일으켜 30명의 사망자를 냈다는 점이다. 올해도 지난 4월 모로코에서, 이달 13일에는 미 플로리다에서 사고가 발생했다. 대부분의 사고는 이착륙 시 수직으로 향하던 프로펠러가 비행을 위해 수평으로 전환되는 과정에서 일어났다.
미군은 이번에 배치된 MV-22가 사고를 낸 기존 모델의 개량형으로 안전성이 입증됐다며 계획대로 2014년까지 24대의 오스프리를 일본에 배치한다는 입장이다. 이날 반입된 12대는 점검과 시험 비행을 거쳐 10월부터 오키나와 후텐마(普天間)기지에 배치될 것으로 알려졌다. 오스프리는 일본 전역의 6개 항로를 따라 고도 150m로 저공비행하게 되고, 연간 비행횟수가 계획된 것만 330회에 이른다고 마이니치신문은 전했다. 기지 주변 주민들은 1년 내내 사고가 잦은 오스프리를 머리 위에 두게 되는 셈이다.
구성찬 기자 ichthu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