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황태자, 10년 만의 입맞춤… 엘스, 브리티시오픈 6타차 뒤집고 우승
입력 2012-07-23 18:44
베테랑은 건재했다. 한때 ‘황태자’로 불렸던 그였다. 골퍼로는 적지않은 43세. 게다가 7년 전 가족과 요트를 타다가 왼쪽 무릎을 다쳐 모두가 끝났다고 생각한 그가 메이저 무대에서 다시 태어났다.
23일(한국시간) 영국의 로열 리덤 앤드 세인트 앤스 링크스(파70·7086야드)에서 막을 내린 시즌 마지막 메이저 대회인 제 141회 브리티시오픈. 마지막에 웃으며 우승자에게 주는 ‘클라레 저그(은제 술주전자)’에 입 맞춘 선수는 어니 엘스(남아공)였다. 선두 애덤 스콧(호주)에 6타차나 뒤진 채 최종 라운드를 출발해 전혀 우승을 예상 못했던 그는 스스로도 우승이 믿기지 않는 듯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2언더파를 쳐 최종합계 7언더파가 된 엘스는 5타를 잃고 6언더파로 경기를 마친 스콧에 1타차로 역전승했다. 또 2002년 이
후 10년 만에 이 대회 우승컵을 되찾으면서 1994년과 1997년 US오픈을 포함해 통산 네 번째로 메이저대회 정상에 섰다. 통산 19승.
1969년 남아공 요하네스버그에서 태어난 그는 14세 때부터 각종 주니어대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며 1989년 프로에 데뷔했다. 191㎝ 장신인 그는 물 흐르듯이 치는 골프 스윙으로 ‘빅이지’라는 별명을 얻으며 수많은 아마추어 골퍼들의 교과서가 됐다.
1991년 자국에서 프로 데뷔 첫 우승을 차지한 그는 유럽과 미국을 오가며 월드스타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1994년 PGA투어 첫 승을 메이저대회인 US오픈에서 신고했고, 1997년 US오픈에 이어 2002년 브리티시 오픈을 거머쥐었다. 2005년 요트를 타다 왼쪽 무릎을 다쳐 하향세를 걷기 전까지 그는 PGA투어 통산 15승을 달리며 전성기를 구가했다. 부상후 내리막길을 걸었고 팬들도 외면했지만 그는 혹독한 재활과 연습에 매달렸다. 마침내 3년 뒤인 2008년 혼다클래식 우승에 이어 2010년 월드골프챔피언(WGC)시리즈 CA챔피언십과 아놀드파머인비테이셔널에서 2승을 거두며 재기 가능성을 보였다.
우승 인터뷰에서 “이번 주에 내가 우승할 것이라 누가 생각했겠느냐”고 반문한 그는 “하지만 올해부터 나도 우승할 수 있다는 것을 믿게 됐다”고 덧붙였다.
엘스는 또한 자폐증을 앓는 아들을 위해 치료 여건이 좋은 미국으로 이주한 가정적인 아버지이기도 하다. 전성기 때도 런던에 거주하는 가족을 위해 유럽과 미국투어에서 동시에 활동했다. 3년전 아들 벤이 자폐증을 앓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한 엘스는 자신의 골프백에 ‘어티즘 스픽스(Autism Speaks)’를 써놓고 ‘자폐증 터놓기 운동’을 펼치고 있다. 자신의 상금 일부를 자폐증 환자를 위해 기탁하고 있는 그는 가족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캐나다로 가려던 일정을 급히 조정했다.
서완석 국장기자 wssu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