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보당 두 의원 제명 더 늦출 명분 없다

입력 2012-07-23 21:51

새누리·민주당도 의원자격심사 서둘러야

통합진보당의 이석기, 김재연 의원 제명안 처리가 난항을 겪고 있다. 진보당은 어제 의원총회를 세 차례나 열었지만 두 의원 제명안을 표결하지 못하고 26일로 처리를 연기했다. 25일 예정된 진보당 중앙위원회 이후로 표결을 연기해달라는 구당권파 의원의 제안에 중도파 의원 일부가 동조한 때문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 제명은 비례대표 경선 부정 사태의 마무리를 위해 당연히 필요한 절차다. 진보당은 이미 두 차례 진상조사를 통해 비례대표 후보순위를 결정했던 경선이 총체적 부실·부정 선거임을 확인했다. 종북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두 의원의 자격 문제에 결정적 하자가 있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그런데도 진보당이 이 문제를 두고 한 걸음도 앞으로 나가지 못하는 것은 염치없는 짓이다. 비리로 채용된 공무원을 퇴출하지 못해 국민들이 낸 세금을 갖다 바치도록 하는 격이다. 무자격자가 의사당을 활보하는 우스꽝스런 현상을 마무리 짓지 않는 것은 다른 의원들에 대한 모독이기도 하다.

구당권파는 제명안 표결 연기를 요구하면서 당내 화합을 명분으로 내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제명을 연기한다고 벌어질 대로 벌어진 갈등의 골이 좁혀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표결 지연은 이미 사퇴를 한 다른 진보당 의원이나 비례대표 의원직 승계 후보자들에 대한 책임 있는 태도도 아니다. 더구나 진보당은 당내 화합을 따질 만큼 한가로운 상황이 아니다. 이번 사태로 실추된 국민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지지자들의 애정을 되찾기 위해서는 피가 터지고 뼈가 깎이는 혁신의 노력이 필요하다. 조직 내부만 바라보는 것은 우물 안 개구리식 발상일 뿐이다.

진보당 비례대표 경선 부정 시비가 일어난 지 이미 3개월이 흘렀고, 진보당 중앙당기위원회가 자진사퇴를 거부하는 두 의원에 대한 제명을 확정한 지도 보름이 지났다. 진보당 의원들이 더 이상 제명 문제를 머뭇거리고 잴 명분이 없다. 이 시점이 되도록 결론을 내지 못한다면 새로운 당 지도부의 능력이 부족하거나, 진보당 자체가 애초 합리적 논리보다 계파 이익에 휘둘리는 정당이라는 질타를 받아 마땅하다. 강기갑 대표 체제의 진보당은 이제 이 문제를 매듭짓고 재창당 수준의 혁신을 위해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 부실하게 운영되던 당원제도와 당내 선거제도를 바로잡아 공당에 걸맞은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종북 논란과 관련해서도 북한 인권 문제, 세습 문제, 핵 문제 등에 대해 국민 눈높이와 현실에 맞는 정강정책을 내놓아 지지를 회복하고 저변을 넓혀가야 한다.

국회도 더 이상 진보당의 제명 절차를 기다리지 말고, 두 의원의 자격 심사 문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19대 국회를 개원하면서 두 의원의 자격심사 문제를 약속했던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은 다른 정당의 문제라고 수수방관할 게 아니라 정치 불신의 원천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정당사의 오점을 조속히 정리하는 데 적극 나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