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초등생·제주 올레길 관광객 피살 여파 성범죄자 신상공개 사이트 ‘알림e’ 접속 폭주
입력 2012-07-23 19:02
성범죄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정권 말 치안 기강이 해이해진 가운데 경남 통영 초등학생 살해사건과 제주 올레길 관광객 피살 사건 등 잇따라 발생한 여성 대상 강력 범죄의 여파다. 두려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의 성범죄 대책 미흡이 또 다시 도마에 올랐다. 여성가족부는 23일 오전에만 전국적으로 80만명 이상이 성범죄 신상공개 사이트인 ‘성범죄 알림e(sexoffender.go.kr)’에 접속한 것으로 추산했다. 성범죄자의 얼굴, 나이, 키, 주소지(읍면동), 판결 내용 등을 검색하기 위한 접속이 폭주한 것이다. 문제는 상당히 제한적으로 공개된다는 데 있다.
공개 대상은 강간, 준강간, 강제추행, 13세 미만 아동·청소년 성범죄자 가운데 법원으로부터 신상정보 및 고지명령 판결을 받은 이들이다. 그나마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는 2010년 1월 1일 이후 범행을 저지른 경우, 성인 대상은 지난해 4월 16일 이후 확정판결을 받은 경우로 한정된다.
통영 초등생 살해사건 범인인 김점덕은 이런 허점 탓에 감시망을 피했다. 김점덕은 2005년 62세 여성 강간상해죄로 4년을 복역한 뒤 2009년 5월 출소했다. 현행 제도상으로는 공개 대상 성범죄자가 아니다.
인터넷에 공개되고 있는 성범죄자는 2074명. 여성부와 법무부가 보호관찰 및 취업 제한 등을 관리하고 있는 2006년 이후 성범죄자 5990명 가운데 34.6%에 불과하다. 2006년 이전 성범죄자에 대해서는 관리도, 감시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성부는 경찰서를 방문해야 신상정보 확인이 가능한 2006∼2009년 아동·청소년 대상 성범죄자 가운데 826명을 인터넷 신상공개 대상으로 전환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현재 718명에 대한 신상공개 명령이 법원으로부터 내려져 인터넷에 공개됐다. 2006년 이전 범죄자의 신상공개를 위해서는 법개정이 필요하지만 아직 이런 움직임은 없다.
경찰은 뒷북대책을 내놓았다. 경찰청은 “단기적으론 성폭력 우범자로 분류된 2만여명에 대해 다음 달 말까지 일제 점검할 계획”이라며 “중장기적인 계획도 논의 중에 있다”고 밝혔다.
성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되풀이되는 경찰의 대책은 여론을 의식한 임시방편이라는 지적이 많다. 김길태 김수철 사건 이후 ‘아동 성범죄와의 전쟁’을 선포하며 2010년 6월 설립한 경찰의 성폭력 특별수사대는 발족 7개월 만에 조직개편과 함께 자취를 감췄다. 안양 초등생 2명이 성범죄 전과자에게 납치·살해된 사건을 계기로 2008년 도입된 ‘아동안전지킴이집’도 지지부진하다.
한편 이명박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국가가 관심을 갖고 비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고 박정하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두나 활동가는 “사건이 발생할 때마다 강력 처벌책 중심으로 대안이 마련되는데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 의문”이라면서 “충분히 검토된 정책을 마련해 기본적인 사회안전망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문수정 신창호 이용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