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DTI완화보다 세금인하가 시장에 더 효과적”

입력 2012-07-23 18:58

정부가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 완화를 위한 후속 조치 마련에 착수했다.

야당과 시민단체는 물론 여당 일부에서도 정부 방침에 반발하고 있으나 정부는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서는 DTI 규제 완화가 불가피하다고 보고 조만간 실태조사에 들어갈 계획이다.

새누리당 이혜훈 최고위원은 23일 주택거래 활성화를 위해 DTI 규제를 완화키로 한 정부 결정에 대해 “정부가 그간 부동산업계의 거센 요구에도 DTI 완화를 수용하지 않은 것은 가계부채 문제가 한국 경제의 시한폭탄이었기 때문”이라며 “이미 가계부채가 심각한데 빚을 더 내는 길을 열어주는 것이어서 우려된다”고 말했다.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지난 10일 대선 출마선언 직후 “가계부채 문제가 있어서 DTI 규제 완화는 신중해야 한다”며 부정적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이 최고위원은 “작년 말 가계부채는 921조원으로, 4년 전보다 40% 증가했고 가계부채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주택담보대출 연체율은 1%에 육박하는 심각한 상황”이라며 “DTI가 안 풀려 집이 안 팔리는 것인지, 돈 있는 사람이 집값 동향을 관망하느라 집을 안 파는 것인지, 돈 없는 사람이 아예 감당할 수 없어 집을 못 사는 것인지 면밀히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성명을 내고 “DTI 규제 완화는 투기 조장과 금융 부실을 초래해 결과적으로 하우스푸어만을 양산하고 우리 경제를 파멸로 몰고 갈 수 있는 위험한 발상이기 때문에 관련 논의를 즉각 중단하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논란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조만간 후속 대책을 내놓을 방침이다.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금융위원회 등의 실장급 관료들은 이명박 대통령 주재로 열렸던 ‘내수활성화를 위한 민관합동 집중토론회’에서 나온 의제들을 구체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DTI 관련 규정 개정 주무부서인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일단 관련 업계와 연구기관에 기존 DTI 규제의 불합리한 점 등을 묻는 실태조사부터 실시할 것”이라며 “이후 국토부 등 관계부처와 협의를 거쳐 최종 방침을 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정부 관계자는 “DTI 규제 철폐나 비율 완화 등은 검토하지 않을 방침”이라며 “현행 DTI 규제의 일부 허점을 손질하는 데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가계부채를 우려해 DTI 규제 완화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한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면서도 세제 등 다른 수단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것을 주문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수석팀장은 “DTI 규제로 가계부채를 낮추는 효과를 거뒀다”면서 “정부는 DTI 규제를 철폐하거나 비율을 완화하는 방법 말고 취득·등록세 인하 등 다른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규정 부동산114 리서치센터 본부장은 “논란이 되는 DTI 규제 완화보다는 세제 인하가 시장에 더욱 긍정적인 효과를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DTI 규제 완화의 수혜자로 지목된 건설주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하락세를 보여 시장의 냉담한 반응을 보여줬다.

하윤해 유성열 기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