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살배기 몽골어린이 서울대병원서 안구암 수술 “항암치료 받아야 되는데” 비용 걱정

입력 2012-07-23 19:32

지난 20일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 소아수술실 앞. 수술실을 향하는 두 살배기 남자아이 툴가는 암세포가 퍼진 오른쪽 눈을 꼭 감은 채 곤히 잠자고 있었다. 스물다섯의 엄마는 환자복을 입은 아이가 수술실에 들어서는 모습을 보며 왈칵 눈물을 쏟았다.

몽골 울란바토르에 살던 하탄바타르(25), 문히앨태네(25·여) 부부는 지난 6월 툴가의 오른쪽 눈이 심상치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자세히 살펴보니 눈동자에 하얀 막이 드리워져 있었던 것이다.

울란바토르 시내 병원을 찾은 부부는 툴가가 안구암에 걸렸고, 몽골 현지의 의술로는 수술이 어렵다는 진단을 받았다. 이들 부부의 어려운 사정을 접한 선교사 박상범 목사는 국제아동복지기구(ICC) 한국지부를 연결해줬다. 툴가의 수술을 위해 한국행을 결심한 부부는 있는 돈 없는 돈을 모두 긁어모았고, 마침내 지난 8일 툴가와 함께 한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날 아이를 수술실에 맡긴 부부는 수술실 밖에서 마음을 졸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문히앨태네씨는 “저나 애 아빠나 살면서 한 번도 크게 아파 본 적이 없다”며 “우리가 경험한 적 없는 고통을 툴가가 겪고 있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찢어진다”고 말했다.

툴가의 수술은 2시간 반 만에 일단 끝이 났다. 의료진은 암세포가 시신경을 지나 왼쪽 눈이나 뇌로 퍼지지 않았는지 더 지켜봐야 한다고 했다.

문제는 돈이다. 부부가 한국에 온 지 보름도 안 돼 몽골에서 갖고 온 2000만원이 거의 소진됐기 때문이다. 툴가 가족을 돕는 ICC의 김영미씨는 “외국인에겐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암 같은 병을 수술하고 치료하는 데 내국인보다 5배가량 많은 비용이 든다”며 “툴가가 한 번의 수술만 겨우 받고 항암치료도 받지 못한 채 몽골로 돌아가게 되는 건 아닌지 몹시 걱정된다”고 우려했다.

수술 뒤 병세가 호전되고 병원비가 조달되면 툴가는 한 달여 뒤 의안 수술을 할 예정이다. 문히앨태네씨는 “한쪽 눈으로 살아가더라도 툴가가 더 이상 아프지만 않으면 아무것도 바랄 게 없다”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