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음 너무 심해 도저히 못살겠어요”… 용산 동아건설 주상복합아파트 공사로 고통받는 주민들

입력 2012-07-23 22:29


서울 용산의 주상복합아파트 신축공사 현장에서 기준치를 넘는 소음이 2년째 지속돼 인근 주민들이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관리·감독을 맡은 용산구청은 팔짱만 끼고 있어 주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21일 오전 7시30분쯤 찾은 용산 원효로1가 41의 1 동아건설 주상복합아파트 더프라임 신축공사장. 이른 아침이고 주말인데도 공사가 한창이었다. 공사장에선 철근 떨어뜨리는 소리가 15초 간격으로 쉴 새 없이 울려 퍼졌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날카로운 금속성 소리도 이어졌다.

인근 주민 김모(28)씨는 “한창 잠을 자는 아침시간은 물론이고 한밤중에도 공사 소음이 너무 심한 탓에 불면증이 걸려 수면유도제를 먹고 있다”면서 “주민들이 여러 차례 구청에 민원을 넣었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더프라임은 2010년 8월 착공 이후 2년간 끊임없이 소음을 발생시켜 왔다. 착공 초기엔 암반발파작업 폭발음에 주민들이 골머리를 앓았다. 그러다 지난해 4월부터는 본격적인 콘크리트 파쇄 작업이 시작돼 한밤중까지 소음이 이어지고 있다. 한 주민은 ‘도저히 못 살겠으니 소송하자’는 내용의 대자보를 붙이기도 했다.

관할 구청이 분기별로 점검하는 더프라임 신축공사장 소음 측정기록에 따르면 현장 소음은 심각한 수준이다. 지난 3월 한 달간 오전 7시부터 자정까지 5분 단위로 자동 측정되는 기록들의 대부분이 기준치를 웃돌았다. 상업지구 공사장 소음 기준은 주간 70㏈(데시벨), 오후 6∼10시 65㏈, 오후 10시∼이튿날 오전 5시 60㏈이다. 하지만 실제로는 견디기 힘든 수준인 91∼96.8㏈ 기록들도 수백 건에 달했다. 환경부 중앙환경분쟁조정위원회가 아파트 건설공사장 소음으로 인한 정신적 피해보상 기준은 65㏈이다.

상황이 이런데도 용산구청은 동아건설에 대해 행정처분을 한 번도 내리지 않았다. 구청 관계자는 “주민들이 소음이 심하다고 주장하지만 우리가 현장에서 측정할 땐 기준치를 넘은 적이 없다”고 설명했다.

주민들은 용산구청이 필요한 조치를 취하지 않을 경우 조만간 동아건설을 상대로 피해보상을 요구하는 행정소송을 제기한다는 입장이다.

글·사진=정부경 기자 vick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