檢 “부패 척결” VS 野 “검찰 개혁”… 치킨 게임 양상

입력 2012-07-23 18:50


이명박 정권 출범 후 검찰과 야당의 질긴 악연이 계속되고 있다. 검찰은 부정부패 척결이라는 명분으로 수사의 칼날을 휘두르고, 야당은 ‘정치 검찰’을 바로잡겠다며 검찰개혁을 부르짖고 있다. 양측의 대립은 어느 한쪽이 양보하지 않으면 공멸하는 극단적인 ‘치킨 게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민주통합당은 23일 대검 중앙수사부 폐지를 포함한 7개 개혁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1차 악연은 2008년 7월 박연차 전 태광실업 회장의 정·관계 로비사건에서 시작됐다. 박 전 회장에게서 1만 달러 이상 돈을 받은 인사만 99명으로 알려졌으나 검찰은 이 중 21명만 기소했다.

당시 검찰은 ‘박연차 리스트’에서 여야 정치인을 거의 동수로 골라 수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형평성을 맞춘 것이다. 기소된 이들 중 3명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 판결을 받을 정도로 수사는 비교적 탄탄했다. 문제는 노무현 전 대통령 일가 수사에서 불거졌다. 수사 내용이 노골적으로 공개되면서 모멸감을 견디지 못한 노 전 대통령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것이다. 당시 검찰은 전직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물론 최소한의 피의자 인권 보호도 하지 않았다는 비난에 직면했다. 민주당은 전직 대통령이라는 버팀목을 잃었고, 검찰 수사로 정권의 도덕성에 흠집이 나면서 정치적으로 타격을 입었다.

2차 악연은 2009년 말 한명숙 전 총리 수사에서 비롯됐다. 검찰은 2009년 12월 “총리공관에서 5만 달러를 줬다”는 곽영욱 전 대한통운 사장의 진술을 근거로 한 전 총리를 불구속 기소했다. 한 전 총리는 당시 “개인이 아니고 민주진영에 대한 도전”이라고 반박했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2010년 4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민주당은 한 전 총리를 같은 해 6·2 지방선거 서울시장 후보로 내세웠다. 이에 따라 검찰이 한 전 총리 이미지에 흠집을 내 선거에 개입하려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한 전 총리는 서울시장 선거에서 근소한 표차로 낙선했다.

검찰은 같은 해 7월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에게 불법자금 9억여원 수수 혐의로 한 전 총리를 다시 기소했으나 이 역시 무죄가 선고됐다. 당시 검찰이 부실 수사를 만회하기 위해 한 전 총리에 대해 꿰맞추기식 수사를 했다는 비난이 쏟아졌다. 2차례 모두 법정에서 진술이 번복됐기 때문이다.

이번에는 검찰이 저축은행 비리 수사에서 박지원 민주당 원내대표와 한판 붙었다. 수도권 한 검사장은 “요즘 검찰은 야당 앞에만 서면 손발이 오그라드는 모양”이라고 말했다. 수사에 실패하면 ‘정치검찰’이란 비난을 뒤집어쓸 처지여서 조심스럽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표적 수사라며 강력 반발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MB 정부에서 정치검찰은 노 전 대통령, 한 전 총리, 김재윤 의원, 서갑원 전 의원, MBC PD수첩, KBS 정연주 전 사장 등에 대한 공작수사 전력이 많다”며 “지금 열거한 모든 분들은 결국 무죄였다”고 목청을 높였다. 하지만 당내에선 결백을 주장하는 박 원내대표가 구속될 경우 민주당이 치명타를 입을 수밖에 없어 ‘잘해야 본전’이란 불안감도 없지 않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