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 행렬 끊이지 않아 몸살 앓는 박근혜 캠프

입력 2012-07-23 19:26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의 경선 캠프가 연일 몰려드는 민원 행렬로 몸살을 앓고 있다. 대선주자 지지율 1위를 달리는 박 전 위원장에 대한 이익단체들의 기대심리가 반영된 현상이다.

23일 서울 여의도 캠프 사무실 한쪽 벽에 붙어 있던 박 전 위원장 경선 포스터는 현병철 국가인권위원장의 연임을 반대하는 시민단체 유인물에 가려 보이지 않았다.

이들은 “현 위원장의 연임에 대한 박 전위원장 입장을 밝히라”며 전날부터 캠프 민원실을 사실상 ‘점령’했고, 경찰은 인근 새누리 당사 경비병력 일부를 캠프에 배치했다. 경선후보 사무실이 정당 당사에 버금가는 경비 대상이 된 셈이다.

이 단체 관계자는 현 위원장의 연임을 결정한 청와대 대신 박 전 위원장 캠프에서 집회하는 이유를 묻자 “현재로선 임명권자인 대통령보다 박 전 위원장이 더 중요하다”며 “박 전 위원장이 반대 입장을 밝히면 현 위원장도 자진 사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권력’보다 ‘미래 권력’이 더 세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은 박 전 위원장이 입장을 계속 내놓지 않자 이날 오후 “박 전 위원장이 현 위원장을 사실상 지지한 것”이라고 비판한 뒤 철수했다.

캠프 관계자들은 피곤한 기색이 역력하다. 한 실무자는 “하루 평균 20여 차례 민원인들이 찾아오고, 편지와 이메일도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다”며 “현실적인 정책 제안도 있지만 기부금 낼 테니 한 자리 부탁한다는 사람부터 미국 중앙정보국(CIA) 기밀을 알려주겠다며 접근하는 사람까지 있어 골치 아프다”고 말했다. 캠프의 공식 입장은 이런 주장도 유권자의 목소리여서 소홀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상일 캠프 대변인은 “처음부터 ‘열린 캠프’를 지향했기에 민원인들의 주장을 경청할 것”이라면서도 “의견을 듣는 것과 요구들 들어주는 것은 다르다”고 선을 그었다.

유동근 기자 dk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