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맥도 개흉수술 없이 내시경 시술 가능

입력 2012-07-23 20:19


내시경 시술 능력이 생명의 상징, 심장 속 심방까지 파고들었다.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는 심방세동을 가슴을 여는(개흉) 수술 없이 내시경 시술만으로 바로잡을 수 있게 된 것이다.

삼성서울병원 순환기내과 온영근, 흉부외과 정동섭 교수팀은 올해 들어 흉강경에 장착한 ‘양극성 고주파 자극 장치’로 뇌경색증 발생 위험이 높은 심방세동을 바로잡는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TTA)’에 잇따라 성공했다고 23일 밝혔다.

정 교수팀은 지난 2월 초 한모(66)씨를 대상으로 이 시술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총 5명의 난치성 심방세동 환자를 치료했다.

정 교수팀이 사용한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이란 가슴을 열어야 하는 개흉 수술 대신 복부와 옆구리 쪽에 지름 1㎝ 안팎의 구멍 3개를 뚫고 그 틈으로 흉강경과 양극성 고주파 자극기 등의 수술 도구를 넣어 부정맥의 원인을 제거하는 치료법이다.

가슴을 열지 않기 때문에 수술 후 흉터가 거의 남지 않고 회복 속도가 빠른 것이 특징이다. 기존 개흉 수술의 경우 5시간 이상 걸렸던 것에 반해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은 2시간 정도면 마칠 수 있다. 따라서 수술 후 4일 뒤에는 퇴원이 가능할 정도로 회복 속도가 빠르다.

문제가 된 심방세동이란 심장 속 심방이 분당 400∼600회로 빠르게 뛰는 상태. 심방조동과 함께 대표적인 부정맥의 한 형태로 꼽힌다. 이렇게 심방이 너무 빠르게 뛰어 펌프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게 되면 심방 안에서 혈액이 쉽게 뭉치게 되고, 그 핏덩어리가 뇌혈관으로 흘러들어 뇌동맥을 막으면서 뇌경색증 발생 위험이 높아진다.

정 교수는 “한씨가 내시경적 부정맥 수술을 받은 이후 혈액이 심방 안에서 뭉치는 것을 막을 목적으로 복용해온 항응고제 ‘와파린’을 완전히 끊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나머지 4명의 환자들도 항응고제 복용을 끊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와파린은 장기간 사용하면 잇몸 출혈, 코피 등 출혈 부작용을 겪을 위험성이 높은 약물이다.

이기수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