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리우드 영화사 ‘픽사’ 의사 출신 애니메이터 김재형씨 “하고 싶은 일 하며 살고 싶었어요”
입력 2012-07-22 19:41
미국 할리우드 최고의 애니메이션 영화사인 디즈니 픽사(Pixar)에서 애니메이터로 활약하는 김재형(39)씨는 의과대학 출신이다. 연세대 의대를 나와 세브란스병원에서 레지던트 1년 과정을 마치고 그만뒀다. 어릴 적부터 꿈꿔온 애니메이션 일을 하기로 결심했다. 그리고 2003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아카데미 오브 아트 유니버시티’에 들어가 애니메이션을 공부했다.
22일 폐막한 ‘서울국제만화애니메이션페스티벌(SICAF 2012)’ 참석차 한국을 방문한 김씨는 이날 서울 남산 한 카페에서 기자들과 만나 “애니메이터로서 자긍심이 있고, 하는 일도 재미있다”며 “의사를 그만둔 것을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영화나 애니메이션을 자주 보고 자란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었다”며 인생항로를 바꾼 이유를 설명했다.
“대학 다니면서 이 일을 해보고 싶어 1년간 휴학도 했었죠. 그런데 의대를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는 건 시간상 불가능했어요. 과연 의사라는 직업이 내 적성에 맞는 일이냐를 놓고 심각하게 고민도 했습니다. 세월이 흐를수록 헛헛함이 가슴 밑바닥에서부터 퍼져 나와 결국 애니메이션을 하기로 마음먹었죠.”
미국에서 애니메이션을 독하게 공부한 그는 2006년 100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픽사에 인턴으로 들어갔다. 인턴 후 게임업체에서 ‘스타크래프트2’를 제작한 그는 1년 뒤 픽사에 정식 채용돼 ‘업’(2009) ‘토이스토리3’(2010) ‘카2’(2011) 등의 제작에 참여했다. 9월 국내 개봉하는 ‘메리다와 마법의 숲’의 캐릭터 작업에 참여한 그는 “용감하고 씩씩한 공주의 감동적인 이야기”라고 작품을 소개했다.
현재 픽사에서 일하는 직원은 모두 1200여명이다. 이 가운데 컴퓨터그래픽(CG)을 통해 등장인물을 만들어내는 애니메이터는 120여명. 한국에서 건너간 애니메이터는 김씨를 포함해 2명이고, 재미교포 출신 스태프는 5명가량이다. 김씨는 “한국 직원들은 대부분 성실하고 꼼꼼한 데다 아이디어와 상상력이 좋아 현지에서 호감을 얻고 있다”고 설명했다.
내년 여름에 개봉할 예정인 ‘몬스터 대학교’와 초반 작업이 진행 중인 ‘더 굿 다이노스’ 작업에도 참여하고 있는 김씨는 “애니메이터로 능력을 인정받고 싶다”며 “10년이고 20년이고 계속 일해 좋은 작품을 제작하는 게 목표”라고 포부를 밝혔다. 한국 애니메이션에 대해서는 “제한적인 환경 속에서도 완성도 높은 애니메이션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평했다.
이광형 선임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