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우토야섬 테러 1주년… “더 큰 관용·개방” 추모식 붉은장미 물결
입력 2012-07-22 23:54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은 두려워요. 갑자기 시끄러운 소음에 시달리기도 하고요.”
이다 브로홀름(21·여)은 21일(현지시간) 노르웨이 TV2와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1년 전 우토야섬에서 열린 노동당 청소년 캠프에 참가했던 그녀의 왼쪽 팔에는 ‘우토야, 2011년 7월 22일’이라는 문신과 함께 불꽃 마크가 그려져 있었다.
극우주의자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33)는 1년 전 이날 오슬로 정부청사에 비료폭탄을 터뜨린 후 집권 노동당의 청소년 캠프가 열리는 우토야섬으로 이동해 약 70분간 무차별 총격을 가했다.
1주기를 맞은 노르웨이는 다시 한번 장미의 물결에 뒤덮였다. 장미는 다문화주의를 지지하는 노동당의 상징이다. 추모 행사가 개최된 시청 광장에는 약 10만명의 인파가 몰렸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총리는 이날 추모 미사에 참석, “더 많은 민주주의와 개방이 폭력에 맞설 수 있는 최상의 무기”라고 강조했다. 범인 브레이비크의 “다문화주의가 노르웨이를 위험에 빠뜨렸다”는 주장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1년 전 사건의 사망자만 77명, 부상자는 242명에 이른다.
노르웨이는 끔찍한 테러를 겪고서도 이민법 개정이나 병력 배치를 하지 않았지만, 소수민족에 대한 편견은 여전히 남아 있다. AP통신은 브레이비크의 동시 테러 1주기를 맞은 노르웨이가 집시 문제로 시험대에 올랐다고 보도했다. 발단은 동유럽에서 온 집시 100여명이 오슬로 인근 공유지에 캠프를 설치한 데서 시작됐다. 지역주민들은 환경오염과 범죄가 늘 것이라며 당국에 민원을 제기했다.
외국인 추방을 주장하는 극우파들은 모처럼 기회를 잡았다. 진보당의 시브 옌센 당수는 “집시들이 스스로 살아가지 못한다면 이들 대부분은 범죄를 저지를 것”이라면서 “이들을 버스에 태워 쫓아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당국은 집시들의 건강을 우려해 캠프를 폐쇄키로 했다고 밝혔다.
백상진 기자 sharky@kmib.co.kr